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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인류 역사상 낙태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그 날 저녁 에펠 탑에는 “내 몸, 내 선택”이란 슬로건으로 의회의 결정을 환영하였다.

 

낙태는 인간의 기본권?

지난 3월 4일,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상하원 의원들을 소집하여 특별 합동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는 정부가 제안한 헌법 개정안을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되었다. 대부분의 예상대로 헌법 개정안은 원활하게 통과되었다. 이 결과로 인해 프랑스는 인류 역사상 낙태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그 날 저녁 에펠 탑에는 “내 몸, 내 선택”이란 슬로건으로 의회의 결정을 환영하였다.

놀라운 점은 프랑스가 전통적으로 대다수 국민이 로마 가톨릭을 신봉하는, 자타가 공인하는 가톨릭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로마 가톨릭은 다른 어떤 종교보다도 낙태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교리를 가지고 있으며, 피임약 복용마저 금지하고 있다. 로마 가톨릭 신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프랑스에서 의회의 5분의 3 이상이 찬성했으며,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약 85%가 헌법 개정안에 찬성했다는 사실은 현대 사회가 낙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이번 프랑스 의회의 결정에서 주목해야 할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첫 번째는 프랑스 의회가 2022년 미국 연방 대법원이 낙태를 금지하는 법을 주 의회에서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한 판결이 프랑스 정치에 미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에서 이러한 조치를 취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연방 대법원의 결정이 대다수 국가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근거로 활용되었던 1973년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무효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프랑스 의회는 낙태를 기본권으로 명시함으로써 이를 “여성들에 대한 지지의 메시지”로 간주했다는 점이다.

 

윤리가 결국 대중의 지지와 투표로 결정되는 현대 사회의 상대주의적이며 포플리즘(대중영합주의) 윤리관을 잘 보여 준다.

 

낙태권의 윤리

이러한 낙태권 이슈의 배경에는 실제로 정치 지도자들의 재선 관련 전략이 숨어 있다. 프랑스의 우파 지도자 마린 르 펜은 자신의 당 소속 87명 중 42명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 수정안에 찬성했다. 마크롱 대통령 또한 2027년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헌법 수정안을 강행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이자 현 대통령인 조 바이든은 선거 캠페인의 핵심 전략으로 낙태권을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체제로의 복귀를 약속했다. 이 전략은 공화당 지지 세력인 복음주의 여성들에게도 어필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트럼프 측에서는 더 이상 낙태 이슈를 언급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상황은 윤리가 결국 대중의 지지와 투표로 결정되는 현대 사회의 상대주의적이며 포플리즘(대중영합주의) 윤리관을 잘 보여 준다. 또한 개인의 종교가 공적인 윤리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의 종교의 위치를 보여 주고 있다. 로마 가톨릭의 경우, 낙태에 대한 명확한 교리를 가진 기독교 윤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따르는 신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볼 때,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복음주의자들 사이에서도 낙태나 동성애와 같이 기독교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 지지하는 입장을 가진 신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프랑스의 낙태권 인정은 낙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법적 기준에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또한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속 사회의 윤리적 변화와 타락 속에서, 교회가 바는 성경적 윤리를 더 강화하고, 교회의 성도들과 다음 세대에게 가르칠 필요성이 절실해 지고있다.

 

낙태권이 가져올 이상한 미래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낙태 찬성론자들은 낙태 금지가 인간의 기본권인 행복권과 생명권을 심각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주장을 근거로 2019년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 이후로 현재까지 낙태에 대한 법적 처벌의 근거를 마련할 대체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아, 대한민국에서는 불법 낙태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사실상 없는 상태이다. 그러나 낙태를 헌법이 보장하는 여성의 권리로 명시한 프랑스 의회의 결정은 향후 우리나라 의회에서 낙태법을 수정하고 입법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에 낙태를 산모와 태아 사이의 행복권과 생명권의 충돌로 보고, 이 충돌의 정도에 따라 적절한 범위를 결정하는 것이 입법의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낙태를 인간의 기본권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새로운 논의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 나라에서도 낙태가 헌법에 명시된 인간의 기본권으로 인정된다면, 앞으로 낙태는 피임약을 먹는 것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게 될 위험성이 있다. 또한 낙태를 요구하는 여성의 요구에 만약 기독교인 산부인과 의사가 이를 거부한다면, 의사가 오히려 낙태를 하지 않는 것 때문에 처벌 당하는 이상한 신세계가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프랑스의 낙태권 인정은 낙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법적 기준에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또한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속 사회의 윤리적 변화와 타락 속에서, 교회가 바른 성경적 윤리를 더 강화하고, 교회의 성도들과 다음 세대에게 이것을 가르칠 필요성이 강해지고 있다. 

이춘성 목사는 20-30대 대부분을 한국 라브리(L’Abri) 간사와 국제 라브리 회원으로 공동체를 찾은 손님들을 대접하는 환대 사역과 기독교 세계관을 가르쳤다. 현재 분당우리교회 협동 목사,  한기윤 사무국장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