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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보통 8월 15일을 기준으로 밤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에어컨 없이는 숙면을 취하기 어려운 불쾌한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전 국립기상과학연구원장 조천호 박사는 현재 우리나라가 전 세계 평균보다 기온 상승 속도가 3배 정도 빠르며, 약 100년 동안의 자료를 분석해보면 겨울이 한 달 줄고 여름이 한 달 늘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남은 일생에서 올여름이 가장 선선한 여름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을 내놓았다.[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81909230001769?did=NA]

이러한 기후 위기에 대한 비관적인 종말론적 태도는 기후 변화를 해결하려는 주요 방법론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비관적 종말론은 현대인, 특히 기후 문제를 대하는 한국인의 정신 세계를 지배하는 핵심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 변화

지난 8월 1일 발표된 WIN World Survey의 결과는 이러한 인식을 잘 보여준다.[https://winmr.com/win-world-survey/] 이 조사는 2023년 12월에서 2024년 2월까지 39개국에서 동시에 진행된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 조사를 담고 있다. 결과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인간이라는 데 동의한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64%를 기록한 핀란드와 한국이었다. 환경 올림픽을 표방하며 선수촌과 선수 이동 버스에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은 프랑스는 32%, 미국은 31%로 한국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핀란드는 농업과 공업이 원인이라고 답한 비율이 16%, 자연발생적 결과라는 응답이 12%였지만, 한국은 농업과 공업이 25%, 자연발생이 8%로 나타났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지구 온난화를 인위적인 결과라고 답한 비율이 한국에서 가장 높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빠졌지만, 1년 전 같은 조사에서는 기후 변화 관련 인식에 대한 질문이 포함되어 있었다. “지구 온난화는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다”라는 질문에 한국 응답자의 89%가 동의했으며, 조사에 참여한 35개국 평균은 83%였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에 대한 위기의식은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은 매년 널뛰기를 하듯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9년 조사에서 ‘기후 변화를 막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는 질문에 동의한 한국인의 비율은 66%로 39개국 중 2위였지만, 2년 뒤 조사에서는 39%로 낮아졌다. 이러한 드라마틱한 변화의 이유는 2022년에 시사IN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하여 조사한 ‘2022 대한민국 기후위기 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다. 기술 발전으로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답변이 70.6%로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506]

 

 

 

시사IN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506

 

결과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기후 변화와 위기를 일관되게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며 그 심각성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그 해결책에 대해서는 매체의 보도와 환경에 따라 인식이 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기후 위기에 대해 가장 비관적이던 나라가 매우 긍정적인 나라로 1, 2년 만에 바뀔 수 있다는 것은, 지금의 과학에 대한 무한 신뢰가 합리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 기독교인들은 기후 변화와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며, 앞으로 이 윤리적 이슈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이에 대해 한 가지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바로 비관적 종말론에 기대어 두려움과 분노에 기반한 환경 운동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2019년 말에 조사된 기후변화 인식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위기의식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위기의식이 높다고 해서 모두가 함께 해결책을 찾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상황은 자포자기 상태로 이어져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으며, 환경 이슈로 인해 서로를 비난하면서 공동체가 분열될 위험도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종말론이 성경적인 종말론과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성경이 말하는 종말은 환경 오염으로 인한 예견된 종말이 아니다. 성경의 종말은 오직 성부 하나님만이 아신다. 마태복음 24장 36절에서 “그러나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르나니 하늘의 천사들도, 아들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만 아시느니라”고 하신 것처럼, 종말은 하나님의 주권에 속한 것이다. 

기독교인으로서 우리의 의무는 창세기 1장 28절의 말씀에 따라 청지기로서 이 세상의 모든 생물을 보존하고 가꾸며 다스리는 사명에 충실하는 것이다. 기후 변화의 시기에 기독교인은 상황이나 언론 보도, 일부 환경주의자들의 두려움 마케팅에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 대신, 기독교인들은 ‘두려움’이 아닌 ‘돌봄’, ‘사랑’이라는 성경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냉철하고 합리적이며 과학적인 시각과 연구를 통해 인간의 죄와 타락으로 무너져 내린 이 세상의 자연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요한 사도는 우리 기독교인과 교회에 사랑의 위대함을 가르친다. 그리고 이 사랑은 우리가 일상과 전문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할 최고의 가르침이다. 십자가의 위대한 사랑, 이 복음은 기후변화라는 큰 과제 앞에 우리 기독교인의 위대한 힘이 될 것이다.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쫓나니 두려움에는 형벌이 있음이라 두려워하는 자는 사랑 안에서 온전히 이루지 못하였느니라” (요일4:18)

 

   

이춘성 목사는 20-30대 대부분을 한국 라브리(L’Abri) 간사와 국제 라브리 회원으로 공동체를 찾은 손님들을 대접하는 환대 사역과 기독교 세계관을 가르쳤다. 현재 분당우리교회 협동 목사,  한기윤 사무국장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