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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개띠, 한국의 베이비부머…

 

 

“개띠 동기의 말에 따르면, 어디를 가나 사람에 치이는 일은 우리들이 태어날 때부터의 숙명이었다. 전쟁이 끝난 뒤 베이비부머를 타고 우글우글 태어난 아이들인 우리는 3부제로 운영되는 콩나물교실에서 어깨를 부딪쳐가며 공부했다. 우리가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마다 이상하게도 입시제도가 바뀌었다. 개띠 동기는 평준화가 시행됨에 따라 원하지 않는 고등학교로 배정을 받았다.”

 

1959년 생 소설가 은희경은 1958년생 개띠 동창생 4명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마이너리그>에서  “개띠 동기는…원하지 않는…로 배정을 받았다.”는 한 문장으로 58년생 개띠의 인생 표현했다.

“58년 개띠”는 베이비부머 세대 중 한국 사회에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출생년도를 일컫는 사회적 표현이다.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독특한 정치적, 문화적, 경제적 경험으로 형성된 독특한 인구통계학적 집단이다. 1950년대 극심한 빈곤 속에서 태어나 이후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 모두에 크게 기여한 세대이다. 성장기의 고등 교육은 제한적이었고 경쟁이 치열하여 이들의 경력 기회와 직업적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정의와 특성

베이비부머 세대는 출생률과 출생 수의 급속한 증가 기간 동안 태어난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로, 일정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출생률이 3.0 이상을 유지한 대규모 인구 집단을 가리킨다. 그러나 정확한 정의와 개념이 국제적으로 통일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국가마다 기준과 연령 범위가 다르다. 한국에서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정의가 연구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의 연구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출생 붐이 시작된 1955년부터 1963년 출산 정책 도입 때까지를 베이비부머 세대로 정의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면서 이들은 한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 등 경제적으로 큰 격변을 겪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은 경제적 안정에 대한 갈망과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불안감을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강력하게 남겼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는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오늘날 은퇴를 앞둔 많은 세대는 대가족 구조에서 핵가족 구조로 변화하는 가운데 이전 세대가 노년을 준비한 방식대로 노후 준비를 할 수 없다. 그들의 부모 세대는 자녀를 양육하고 부모를 부양한 후 장성한 자녀가 자신들을 부양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베이비부머 세대는 은퇴 이후 노부모를 부양하고 자녀를 부양하는 이중의 경제적 책임을 져야만 한다. 이러한 변화는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켜 안정적인 노후를 위한 준비를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후에 직면하는 어려움이 단순히 경제적 어려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은퇴 후 사회적, 정서적 고립에 직면하게 된다. 은퇴자를 지원하는 사회 문화적 환경의 부재는 이러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켜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국가의 경제적 번영에 크게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퇴 이후 노후에 적절한 사회적, 문화적 지원 시스템 없이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를 지원하는 문화적,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는 단순히 개인의 복지 문제일 뿐만 아니라 고령 인구의 급격한 증가라는 한국 사회의 당면 과제이다. 즉,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 이후에 사회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제도적이고 문화적인 준비를 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국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로 인한 사회적 변화

2023년 6월 기준 약 703만 명에 달하는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전체 인구의 13.68%를 차지하고 있다.1) 베이비부머 세대의 형성 시기는 한국전쟁 이후 전후 국가의 재건과 4.19 혁명, 1970년대 새마을 운동과 같은 급속한 산업화 운동 등 격렬한 사회정치적, 경제적 변화의 시기와 맞물려 있다. 한국 전쟁 이후 태어나고 자란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험은 그들의 세계관을 형성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사회에 대한 공헌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들 세대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일컬어지는 경제 발전의 주요 수혜자이면서 동시에 경제 발전의 기여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영광만 가득한 것은 아니었다.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침체로 인해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실직과 경제적 불안정을 겪으며 심각한 좌절을 경험했다.

이러한 역경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부머 세대는 소비와 경제 활동을 주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베이비부머 세대가 고령화되면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대 소비층이 감소하면서 소비 지출 감소와 시장 수요 변화 등 잠재적인 경제적 영향을 예고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교육 수준은 광범위한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으며, 베이비부머 세대의 젊은 층은 교육 수준이 높고 관리직, 전문직, 사무직에 종사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러한 변화는 중산층의 증가에 기여했으며 국가의 사회경제적 구조를 변화시켰다. 또한 베이비부머 세대는 남녀 차별이 전 세대보다 많이 해소되었으나 고등 교육 이상의 성비 차이는 크게 해소되지 않았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년기로 접어들면서 한국은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2) 연금 시스템, 의료 서비스, 전반적인 경제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이다. 이 대규모 인구집단의 고령화는 이러한 문제를 가속화할 것이며,  베이비부머 세대의 다수가 80대가 되는 2040년에도 그들은 여전히 인구 비중 10퍼센트를 차지하여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3)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동양과 서양의 가치관을 복합적으로 지니고 있다. 이들은 개인주의적 이상과 전통적인 집단주의 정신이 크게 통합된 최초의 세대이기 때문에 가족, 직장,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형성하여 현대 한국 사회의 문화적 발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감당한 세대가 되었다.  

 

 

현재 한국사회가 당면한 베이비부머 세대로 인한 문제는 그들의 은퇴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다. 2010년부터 가속화되기 시작한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는 한국 사회의 문화, 경제, 가정, 교회 등 다양한 방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0년 기준 약 712만 명의 베이비부머 세대 중 상당수인 약 311만 명이 임금근로자로 추정되고 있다.4) 따라서 1955년생이 55세가 되는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베이비부머 세대가 임금근로자로서 은퇴를 시작하였다. 이러한 베이이부머 세대의 퇴직은 65세 이상 인구의 급격한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OECD가 발표한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비중 전망은 2021년에는 OECD평균치에 머물다가 2060년에는 OECD 평균에 1.5배 이상 높게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인구통계학적 지표일 뿐만 아니라 주목할만한 사회경제적인 의미를 만들고 있다5)

첫째,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는 숙련된 노동력의 상당한 유출을 의미하며, 잠재적으로 노동 생산성과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이탈은 세수 감소와 사회보장제도, 특히 연금에 대한 수요 증가와 맞물려 국가의 재정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증가하는 연금 비용을 충당하는 동시에 전반적인 경제 활력의 잠재적 저하를 해결해야 하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

둘째,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여 빈곤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과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으로 발전했지만, 이러한 발전이 노령 인구의 재정적 안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21년 기준 37.6%로 OECD 평균인 13.1%와 비교할 때 놀라울 정도로 높다.6) 이러한 격차는 한국이 다른 선진 OECD 복지국가들처럼 공적 자본보다는 노동 소득과 가족 부양 등 사적 소득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원 체계의 격차는 노인 빈곤의 높은 발생률로 이어지며, 정부의 관심과 공공 정책의 미흡으로 인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적절한 재취업 기회마저 부족한 한국 노령층의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

셋째, 대가족 형태의 가정 구조를 통해 노인을 지원하던 사회 구조가 약화되면서 노년층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증가하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 제도가 무너지고 있으며, 사회 안전망의 부재로 인해 많은 노인들이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고립은 경제적 어려움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노인 자살률 등 심리적, 사회적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한국의 고령화 인구에 대한 사회 정책과 지원 시스템의 종합적인 개혁이 시급하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동양과 서양의 가치관을 복합적으로 지니고 있다. 이들은 개인주의적 이상과 전통적인 집단주의 정신이 크게 통합된 최초의 세대이기 때문에 가족, 직장,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형성하여 현대 한국 사회의 문화적 발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감당한 세대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와 한국 교회

한국 교회는 고령화에 대한 사회적 태도를 형성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사회적 기관이다. 신학적 가르침과 공동체적 실천을 통해 사회 전반의 인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은 중대한 사회 변화의 기로에 서 있으며,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는 새로운 문화 및 사회 현상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들의 은퇴는 잠재적인 세대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교회와 같은 신앙 공동체를 포함한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갈등 상황은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다. 교회는 막힌 담을 허물고 원수를 사랑하며 용서하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해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실천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사회적 집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세대 차이를 더욱 폭넓게 이해하라.

베이비부머 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세대 갈등의 근원적인 이유는 그들이 경험한 사회경제적 환경이 크게 다르다는 것에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경제 성장과 발전의 시기에 성장하여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속에서 개인적 성공과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경험했다. 그들의 청년 시절엔 강력한 고용 시장과 저렴한 주택이 존재했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면 가난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반면 MZ세대와 같은 젊은 세대는 취업 전쟁 속에 취업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일자리의 비율도 과거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에는 학자금 대출 부담, 기성 세대에 비해 더 높은 생활비, 그리고 기술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직업의 불안정성 등이 포함된다. 이로 인해 젊은 세대는 성공의 기회가 더욱 제한적이며, 그들이 느끼는 불안정성은 기성 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베이비부머 세대와 MZ세대 사이의 의사소통 방식과 가치관의 차이도 갈등을 심화시킨다. 예를 들어, 베이비부머 세대는 전통적인 가치와 권위를 중시하는 반면, MZ세대는 자유와 개인의 권리를 중요시하며, 이러한 차이는 각 세대가 서로를 오해하고 갈등을 겪는 원인이 된다. 이런 갈등은 가족 단위 내에서도 빈번히 발생하며, 각 세대가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전통적인 가치와 권위를 중시하는 반면, MZ세대는 자유와 개인의 권리를 중요시하며, 이러한 차이는 각 세대가 서로를 오해하고 갈등을 겪는 원인이 된다. 이런 갈등은 가족 단위 내에서도 빈번히 발생하며, 각 세대가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스도 안에서 나이 듦을 새롭게 바라보라. 

한국사회에서 노령층은 종종 다른 이들로부터 고립되거나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이와 같은 관점은 노인을 부담스럽거나 무의미한 존재로 간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복음은 이와 같은 사회적 관점에 도전하며 변혁한다. 신학적으로 노화는 우리 공동의 인간성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모든 사람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 구조에 대한 시험으로 볼 수 있다.

사랑, 존엄성, 공동체를 기본 원칙으로 하는 복음 메시지는 고령화 인구가 급증하는 한국사회에서 베이비부머 세대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복음은 생산성이나 능력이 아닌 하나님의 피조물로서의 내재적 가치에 따라 모든 개인이 존중받는 사회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분열과 갈등에서 우리를 해방하는 복음을 경험하라.

 기독교 복음은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용서에 기초한다. 타인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바라보며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를 실천하는 교회의 가르침은 세대 간 갈등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한국 교회 구성원들이 다른 세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소통하는데 적절성 있는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이를 통해 각 세대가 서로의 공헌에 감사하며 존중과 이해의 마음을 가지고 서로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복음은 사랑이 세대 간의 차이를 포함한 모든 차이를 초월한다고 가르친다. 복음이 세대 갈등과 세대 차이 앞에서 멈춰서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갈등을 넘어서서 역사한다. 따라서 복음의 메시지는 노년층과 젊은층이 서로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과 상처 감정을 넘어서도록 돕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본회퍼는 교회 공동체가 그리스도 때문에,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그리스도 안에서 연합되고 하나된 사랑의 관계임을 역설한다.7) 즉,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다른 사람에게 나아갈 수 있으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영원으로부터 택함을 받았고, 시간 안에서 받아들여졌으며, 영원히 하나가 되었다. 교회 공동체는 현실에 뿌리박혀 있는 공동체이다. 각자 자신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교회 공동체에 대한 환상과 실제 교회의 현실과의 괴리로 인해서 불평과 불만을 토로하기 보다, 현재 이 땅의 교회 공동체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연합되고 하나되는 공동체를 세워가야 한다.

예를 들어 교회는 두 세대의 강점을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세대 간의 화합을 구현할 수 있다. 멘토링 프로그램같은 경우, 젊은 세대와 나이든 멘토를 연결하여 지식의 전수를 촉진하고 상호 존중을 증진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젊은 세대와 경험이 풍부한 노년 세대를 연결함으로써 서로에게 기여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또한 젊은 세대는 커리어 개발에 관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한편, 베이비부머 세대 멘토는 디지털 기술 사용에 대해 젊은 세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상호 작용은 세대 간의 이해와 존중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노년층과 청년들이 함께하는 봉사 프로그램을 통해 두 세대를 하나로 묶어 지역사회를 위해 함께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교회는 관계를 증진하는 세대 간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배울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함께 교제하고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두 세대가 공통의 영적, 공동체적 목표를 그리스도 안에서 연합된 한 몸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복음은 사랑이 세대 간의 차이를 포함한 모든 차이를 초월한다고 가르친다. 복음이 세대 갈등과 세대 차이 앞에서 멈춰서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갈등을 넘어서서 역사한다. 따라서 복음의 메시지는 노년층과 젊은층이 서로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과 상처 감정을 넘어서도록 돕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교회의 기억과 내러티브를 사용하라.

기독교 신학은 신앙의 근본적인 이야기를 되새기고 구현하는 전례와 성례의 관행에서 볼 수 있듯이 기억과 내러티브를 매우 중요하게 간주한다. 이 관점에 비추어 볼 때, 베이비부머 세대의 이야기와 경험은 젊은 세대를 가르치고 경고하며 인도할 수 있는 눈에 보이는 은혜의 표시인 성례전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내러티브를 통합함으로써 교회 공동체와 한국 사회는 과거의 공헌과 미래의 가능성을 모두 존중하는 더욱 풍부하고 상호 연결된 정체성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성숙한 사람이 되는 여정으로서의 나이 듦을 공동체적으로 실천하라.

인간의 마음 속에는 타인을 지배하는 힘에 대한 갈망이 있다. 힘을 향한 갈망이 사람의 마음에 중심에 있으면서도 인간과 온 천하 만물을 다스리는 힘의 근원이 되시는 분의 존재를 모른다는 것이 인간의 비참한 현실이다. 그러나 그리스도 안에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타인을 지배하기 보다 섬기려 하는 자가 성숙한 사람이다. 그리스도를 닮아가며 삶의 주도권을 하나님께 내어주며 하나님의 뜻대로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는 삶이 그리스도 안에서 나이 드는 아름다움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나이 든 자들도 자신의 십자가를 감당해야 한다. 교회와 사회 안에서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삶을 추구하며 살아야 한다. 본회퍼가 말한 것처럼, 하나님은 짐을 지시는 하나님이시고 하나님의 아들은 우리의 육체를 대신 지셨기 때문이다.8) 교회 공동체는 서로 큰 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 아니라 서로 낮아져서 섬기는 자들의 공동체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도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젊은 세대를 섬기고, 젊은 세대도 자신의 짐을 대신 지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나이 든 이들을 섬겨야 한다.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우리의 모든 죄를 감당하는 고난을 통해 화해를 이루신 것처럼 그분을 따르는 교회 공동체도 공동체 안에서 이처럼 서로의 짐을 지는 것을 실천해야 한다. 본회퍼의 다음 말을 기억하자.

 

그리스도가 짐을 지심으로써 하나님과 계속 사귐을 나누셨듯이,
그를 따르는 자들도 짐을 짐으로써 그리스도와 사귐을 나누게 된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됨을 누리는 공동체를 지향하며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는 고령화, 공동체, 세대 책임에 관한 광범위한 실존적, 신학적 문제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독교 복음은 연령에 관계없이 모든 구성원이 할 수 있는 일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존재로 존중받는 교회 공동체를 지향한다. 복음은 노인은 쓸모없거나 부담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지혜와 연속성을 제공하고 인간의 취약성과 상호의존성을 상기시켜주는 공동체의 삶에 필수적인 존재로 여기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이러한 신학적 관점은 개인적인 성찰뿐만 아니라 모든 구성원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사회를 향한 집단적 행동으로 초대하며, 젊음의 활력부터 노년의 성찰적인 황혼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소속감을 느끼고 기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줄 것이다.

 


각주

 1).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원데이터(2023년 6월 말일 조회 기준). https://jumin.mois.go.kr
 2). 고용노동부,『베이붐세대의 인력 수급 전망』 (2013), 53-54.
 3).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2022』, 10.
 4). 고용노동부, 『퇴직 후 30년을 위한 정부의 교육훈련지원방안』(2014), 26.
 5). 남찬섭.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과 복지의 시장화 · 산업화.” 월간 복지동향(no. 297, 2023), 41.
 6). 한국개발연구원, 『자산을 고려한 노인빈공 현황 및 정책 시사점』, 1. 한국의 노인빈곤율 자체는 시간에 따라서 감소하고 있으나 여전히 OECD 최고 수준의 노인빈곤율을 나타내고 있으며, 2018년 기준 OECD 평균(13.1%)과의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7). Dietrich Bonhoeffer, Dietrich Bonhoeffer works. Vol. 5, Life together: Prayerbook of the Bible(Minneapolis: Fortress Press, 1996), 31-33.
 8). Dietrich Bonhoeffer, Dietrich Bonhoeffer works. Vol. 4, Discipleship(Minneapolis: Fortress Press, 2003),90-91.

 

강성호 박사
서울대학교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하고 공군학사장교 기상예보관으로 근무한 후 고려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 미국 Calvin Theological Seminary에서 철학적 도덕적 신학과 조직신학으로 Th.M, 캐나다 McMaster Divinity College에서 Christian Theology(Theoligical Studies- 세부전공 기독교윤리)로 Ph.D. 학위를 받았다. 한국교회의 사회적신뢰도와 윤리적 문제를 성품윤리와 문화 동화 이론으로 분석한 박사 논문을 작성하였다. 현재 고려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 외래교수와 안양일심교회 부목사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