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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2일, 미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국 경제의 기적은 끝났나?”라는 기획 기사를 통해 한국 경제 성장의 장애 요인을 짚었다. 특히 저출산율과 높은 자살률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한국은 과도한 경쟁을 통해 엘리트를 육성하며 고도의 성장을 이어갔지만, 이런 경쟁은 오히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낳고, 결혼하지 않는 비혼율과 결혼 가정의 출산 기피 현상을 유발하며 초저출산의 늪에 빠트렸다. 결국 높은 자살률, 초저출산율, 노동 인구의 급감이 경제적 저성장을 초래한다고 기사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번 리뷰에서는 자살, 저출산, 경제적 성장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자살률이 높아지면 출산율은 낮아진다.

건국대 이관후 교수는 한국의 저출산 현상과 높은 자살률 사이에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2021년 대한신경과학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살률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또한 2023년 3월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에서 황순찬 인하대 교수는 1992년부터 2005년 사이에 자살자 수가 330% 증가하면서 출산율이 1.76에서 1.08로 급락했다고 지적하며 ‘자살이 많으면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관후 교수는 이러한 한국의 높은 자살률이 전 세계적인 추세나 인류학적 흐름과는 다르게 한국 특유의 문화적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그는 1997년부터 1998년의 외환위기, 2001년부터 2003년의 카드 대란, 2008년부터 2009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등과 같은 사회적, 경제적 원인이 한국 자살률 증가의 핵심 요인이라는 것이다.

 

   

 

 

극심한 경쟁이 자살률을 높이고, 출산율을 낮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10~30대 자살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7~2021년 사이에 20대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6.4명에서 23.5명으로, 30대는 24.5명에서 27.3명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세대에서 사망자 10명 중 4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실정이다. 이관후 교수는 젊은 세대의 높은 자살률 원인을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업과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 체제’에서 찾았다. 어린 시절부터 지속된 과도한 경쟁에 노출되어 극심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겪으며, 경쟁에서 뒤처질 때 과도한 자기 비하와 우울감으로 이어져 자살로 치닫는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겪은 과도한 경쟁과 스트레스를 다음 세대에 대물림 하기를 원치 않는 이타적인 이유로 출산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이관후 교수는 “자살은 단지 의료 분야에 한정된 정신건강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맞닥뜨린 모든 문제의 시작과 끝에 자살이 있다. 처음에는 개인의 자살이지만 마지막은 국가의 소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살은 단지 의료 분야에 한정된 정신건강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맞닥뜨린 모든 문제의 시작과 끝에 자살이 있다. 처음에는 개인의 자살이지만 마지막은 국가의 소멸이 될 것다.

 

교회는 ‘고립’이라는 세상 속 지옥을 향한 복음이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자살을 생명의 창조자이시며 주권자인 하나님을 거부하는 불신앙의 죄로 여겨왔다. 하지만 신자의 자살이 하나님의 은혜와 주권에 속하는 구원을 취소할 정도의 죄인지에 대해서는 그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이는 하나님의 주권적 선택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자살은 하나님을 떠난 타락한 인간과 인간이 만든 타락한 세상에서 일어나는 비극적이고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은 이 비극과 고통을 멈추고 생명의 소망을 세상에 주시기 위한 복된 소식이다.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 고립된 생활 조건, 비혼 가구의 증가 등이 한국의 자살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자의나 타의에 의해 고립된 환경 속에서 장기간 고립감을 느끼는 경우 자살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회는 오늘날 한국에서 일어나는 높은 자살률과 증가하는 젊은 세대의 자살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자살은 이 죄악된 세상의 고통의 최정점에 있는 죄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2022년 이화여대 정해민 교수 팀은 11년 동안 한국의 모든 행정 구역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 외국 학술지 BMC Public Health에 발표했다. 그 결과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 고립된 생활 조건, 비혼 가구의 증가 등이 한국의 자살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자의나 타의에 의해 고립된 환경 속에서 장기간 고립감을 느끼는 경우 자살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정해민 교수는 종교활동에 장기적으로 참여하는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은 자살률이 낮게 나타났다고 보고한다. 종교활동이 사회적 지지를 제공하고 고립감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정해민 교수는 종교활동에 장기적으로 참여하는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은 자살률이 낮게 나타났다고 보고한다. 종교활동이 사회적 지지를 제공하고 고립감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C. S. 루이스는 소설 <천국과 지옥의 이혼>에서 ‘고립’을 지옥의 핵심적인 특징으로 그렸다. 지옥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 멀어지고 철저히 고립된 공간이라는 것이다. 루이스가 묘사한 지옥의 모습을 2024년의 한국에 적용해 보면, 한국은 단지 통계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과 초저출산율을 가진 나라가 아니라, 이 땅에서 최고의 고립감을 느끼는 지옥과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사실은 역설적으로 바울이 쓴 로마서의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죄가 더한 곳에 은혜가 더욱 넘쳤나니”(롬5:20). 이 말씀은 지옥과 같은 이 세상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명을 포기하는 자들과 다음 세대에게 이 지옥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아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 세대에게 예수님의 은혜만이 유일한 소망이라고 외치는 듯하다. 바울은 이어서 21절에 이렇게 말한다. “이는 죄가 사망 안에서 왕 노릇 한 것 같이 은혜도 또한 의로 말미암아 왕 노릇 하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영생에 이르게 하려 함이라”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이 세상이 지옥이 아니라 영원히 살만한 영생의 세계가 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나라에 이 복음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걸 모든 통계적 지표가 보여주고 있다. 정해민 교수 팀의 연구는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하게 가리킨다. 복음적인 교회는 스스로 고립된 공동체가 아닌 열린 환대의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 세상을 향해 나아가 이 세상에서 가장 고립된 이들을 찾아내어 그들이 스스로 만들었든, 사회가 만들었든 그들을 고립시킨 모든 벽을 허물고, 그들이 고립된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래서 그리스도인과 함께 사는 세상은 조금이라도 살 만한 세상이라는 사실을 보여 줘야 한다. 더 나아가 복음 전도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한다면 그곳이 어떤 곳이든 영원히 살아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걸 깨닫게 도와줘야 한다.

 

세상을 향해 나아가 이 세상에서 가장 고립된 이들을 찾아내어 그들이 스스로 만들었든, 사회가 만들었든 그들을 고립시킨 모든 벽을 허물고, 그들이 고립된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래서 그리스도인과 함께 사는 세상은 조금이라도 살 만한 세상이라는 사실을 보여 줘야 한다.

 


참고 자료

  1. https://www.ft.com/content/b34e8bc8-9f78-45c8-a15b-3df9cdfd858f
  2.  https://www.medipharm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4814#google_vignette
  3.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5231.html
  4. Jang, H., Lee, W., Kim, Yo. et al. Suicide rate and social environment characteristics in South Korea: the roles of socioeconomic, demographic, urbanicity, general health behaviors, and other environmental factors on suicide rate. BMC Public Health 22, 410 (2022). https://doi.org/10.1186/s12889-022-12843-4

이춘성 목사는 20-30대 대부분을 한국 라브리(L’Abri) 간사와 국제 라브리 회원으로 공동체를 찾은 손님들을 대접하는 환대 사역과 기독교 세계관을 가르쳤다. 현재 분당우리교회 협동 목사,  한기윤 사무국장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