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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미국 대통령이 된 트럼프

2025년 1월 20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가 추운 날씨와 강한 바람 때문에 실내인 미의회의 로툰다홀에서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11월 5일에 치러진 미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 수에서 크게 승리하였으며, 경합을 벌인 중서부 여러 주에서도 승리하였다. 또한, 각 주별 투표 결과에 따라 선출되는 선거인단 수에서도 총 538명 중 312대 226명으로 전 부통령이었던 카말라 해리스(Kamala Harris, 민주당 후보)에 비해 절대적으로 우세하였다.[1] 이는 죠셉 바이든(Joseph Robinette Biden) 46대 대통령의 노후한 이미지 때문에, 2024년 7월 후보직에서 사퇴하며 급히 등장한 해리스가 트럼프를 이길 수 없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는 이전 45대 대통령 재임(2017.1~2021.1) 기간 동안 막말 논란, 국제 문제에서의 다자주의 비판, COVID-19 대처 실패 등 여러 사안으로 인해 바이든에게 대통령직을 넘겼다. 그런데 4년 만에 재등장한 트럼프는, 바이든 시대에 해결하지 못한 미국 사회의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는 미국 사회 기저에서 열망하는 정치적 공동체에 대한 움직임을 명확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다양한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트럼프가 명확한 국익 위주의 정책을 통해 직전 대통령이었던 바이든과는 다른 노선을 펼칠 것임은 자명하다.

이 글에서는 트럼프의 등장이 가져올 파장에 대해 살펴보고, 경제와 안보는 물론 특히 한국, 그 중에서도 개신교와 국가의 관계에 미칠 영향을 중심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특히 2025년 1월 말 현재, 현직 대통령이 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에 대해 비판적인 일부 사람들이 국가 기관인 법원에 대해 폭력 행위를 서슴지 않는 현실에서, 관련 인사들이 파시즘적 태도를 보이는 개신교 교회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2]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몇 가지 분석과 예상을 하려고 한다.   

 

트럼프의 취임이 세계에 미칠 영향

그의 취임연설은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간단하게나마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3] 

첫째, 취임연설에서 전체 미국 국민을 위해 통합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많은 표를 준 아프리카계와 라틴계 미국인들에게 감사를 표한 점은, 통합을 중시하는 대통령의 역할에서 긍정적이다. 또한, 취임식 전날인 1월 19일에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극적으로 휴전 합의되었고, 취임연설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전쟁을 끝내겠다고 한 점도 당연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나쁜 평화라도 좋은 전쟁보다 낫다”는 명제가 있듯이, 전쟁이 종식된다면 세계는 한 걸음 밝은 미래로 나아갈 것이다.

둘째, 미국인들에게 해당되는 부분이지만, 국경-특히 멕시코와의 국경-을 강화하고 군대를 파견하여 외국인이 넘어오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하였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 당시 이민자들이 멕시코를 통해 다수 유입되어 미국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다는 점을 공격해온 트럼프의 입장에서, 실제 취임 후 행정명령으로 바로 군대 파견과 미국 내 불법 체류자 혹은 서류 미비자들을 추방하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이 점은 민주당이 오랫동안 문제 삼아온 사안일 것이다. 한동안 이러한 흐름은 계속될 것이며, 특히 작년에 일어난 불법 체류자에 의한 미국 내 여성 살해 사건으로 미국이 떠들썩해졌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비판해온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체류자가 유죄 확정되기 전 기소만 되어도 적극적으로 추방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4]  

셋째, 공격적인 외교 통상 정책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물가를 잡고 외국으로부터 관세를 많이 거두겠다고 한 것이다. 인상적인 점은 맥킨리 대통령(William McKinley, 1897-1901 재임)을 언급한 것으로, 맥킨리가 상원의원 시절 주도하여 통과시킨 관세법(1890)은 보호무역과 관련이 있으며, 세계무역기구(WTO)의 형해(形骸)를 암시한 것일 수도 있다.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5]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할 수도 있음을 암시하였다. 당선자 시절 언급했던 그린란드에 대해서는 취임연설에서 언급하지 않은 점은 다행이지만, 그린란드에 대해 러시아와 중국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다면 미국도 분명히 어떤 방식이든 대응할 것이다.

넷째, 전통적인 에너지원인 천연가스와 석유 생산을 적극 추진하며, 화성 탐사에도 계속 투자하겠다고 하였다. 후자는 이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며 트럼프를 적극 지지한 일론 머스크(Ilon Musk)의 우주개발 사업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의 나라 미국에서 전기차 의무화보다는 전통적인 에너지인 석유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은, 자신을 지지해온 미국 중서부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 유권자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으며,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미국 내 환경 정책은 퇴보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은 파리 기후 협약에서 바로 탈퇴하였다.

다섯째, 트럼프는 미국에는 이제 두 개의 성(Sex)만 존재할 것이라고 선언했기에 향후에 성소수자에 대한 각종 교육, 연구, 재정 지원 등이 상당히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군대 내에서 성소수자, 특히 트랜스젠더에 대한 전역 조치가 시행되기 시작하였다.[6] 또한, 공립학교 내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교육 등은 거의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공립학교 내에서 기도의 부활 등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물론 이러한 이슈들은 긴 기간의 법적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확실시된다.  

 

 

트럼프 취임 연설과 향후 취할 구체적인 정책

트럼프 연설과 향후 취할 구체적인 정책은 다음과 같이 간단히 볼 수 있다.

첫째, 트럼프는 1기 집권 기간에도 안보기구인 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가입국들의 국방비 증액과 나토에 대한 기여금을 더 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유럽 각국은 그러한 압력을 받아들이면서 국방비를 늘렸지만,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라는 목표에 도달한 경우는 많지 않다. 유럽은 이 문제로 논쟁을 지속하고 있으며, 방위비 증액은 얼마간 타협하여 증대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7] 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로 미국 대선 전인 2024년 10월 초에 협상이 진행되어 향후 5개년 계획이 타결되었다. 아마도 트럼프 집권 이전에 방위비 협상을 끝내놓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협상을 통해 한국의 국방비는 2026년부터 전체 GDP 대비 2.5% 이상으로 늘어나며, 방위비 분담 금액도 1조 5,200억 원으로 증가할 전망인데, 이마저도 트럼프 시대에 재협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8] 

  둘째, 미국과 EU 국가 간 무역 부분에서 미국은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해왔는데, 이를 두고 2025년 4월까지 추가 조사를 거쳐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였다. 이에 따라 미국과 EU 국가 간 상당히 격렬한 대화가 향후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9] 현재는 당장 중국과 인근 국가인 캐나다, 멕시코에 관세가 부과되기로 했는데, 한국도 무역과 관련된 관세 문제가 조만간 제기될 것이다. 바이든 시대에 미국은 반도체나 전기차의 전략적 품목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도록 하여 한국 기업도 많이 참여하게 하고 보조금을 받도록 했는데, 트럼프 시대에는 이 정책들이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셋째, 트럼프가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전면적인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핵확산 금지 차원으로 의제를 전환한다면, 한국은 안보 불안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미국의 전술핵 배치를 한국 정부가 강력히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김정은과 대화하고 수교까지 진행할 의사를 내비침으로써 한국을 “패싱”할지 여부를 두고도, 새로 들어서는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적 역량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누가 집권하든 답하기 어려운 문제이다.[10] 아마도 종합적인 상황은, 최소한 현재 한국의 대통령 탄핵 정국이 안정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후에 통상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구체화될 것이다.

 

취임전부터 감지된 미국사회의 변화의 징후

트럼프 연설에 나타난 이러한 변화들은 그 자체로 곧 나타날 정책 변화로 확인해야 하지만, 취임 전에 그러한 변화는 사실상 감지되었다고 할 수 있다. 취임 전 미국 사회가 트럼프를 선택할 것이라는 징후는 미국의 대표적인 여론조사 기관인 퓨(Pew) 연구소의 2024년 3월 조사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5가지로 요약된다.[11]

첫째, 종교인들 중 백인 개신교인들은 2/3, 가톨릭인들 중 과반이 약간 넘는 숫자가 트럼프를 지지했고, 비종교인(불가지론자, 이신론자)들은 이에 반해 2/3 이상이 트럼프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는 개신교인들의 전통적 가치인 미국인과 개신교의 상관성, 미국의 국익, 성소수자에 대한 비판적 태도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을 징후적으로 보여준다.

 

 

둘째, 종교인들 중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교회에 나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즉, 한 달에 몇 번씩 정기적으로 교회에 나가는 사람과 일년에 주요 행사 때만 몇 번 나가는 사람들은 전체 트럼프 지지자 중 각각 47%와 46%로 거의 같았다. 이는 백인이면서 개신교인인 경우가 훨씬 많았다는 점에서, 인종과 기독교가 교차하는 지점도 눈에 띈다.

 

 

셋째, 전체 종교인들(기독교뿐만 아니라) 중 64%가 트럼프에게 호감을 보였다. 즉, 종교적 성향을 가진 사람일수록 트럼프를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이들 종교인들의 종교에 대한 헌신 정도를 강, 중약, 약으로 분류하면 대체로 23%, 62%, 15%로 나타났다. 이는 제도화된 종교권에서의 활동 여부보다는 자신들의 주관적인 종교 인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넷째, 트럼프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특별히 더 종교적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종교적 가치를 지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제도 종교와 별개로 자신을 문화적으로 기독교인으로 밝힌 불가지론자(atheist)나 이신론자(deists)의 경우에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이러한 대통령 선거 이전의 인식에서 보듯이, 종교적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일수록 트럼프에 동의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은 미국의 세계 속 위상과 전통적 “가치”에 더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과거 민주당 정권에서 강조해 왔던 다양성을 중시하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대한 관심과 영향력이 줄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치문제에 대한 논쟁과 기독교

아마도 통상이나 안보 문제와 별개로 좀 더 명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의 종교와 국가, 혹은 종교와 사회와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종교와 국가와의 관계에 관한 문제이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종교인들이 와서 기도와 축도를 하는 전통은 1937년 재선에 성공한 프랭클린 루즈벨트(Franklin D. Roosevelt) 취임식부터 시작되었다.[12] 45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이전에 한 명씩 부르던 전통에 더해, 개신교와는 다른 종파의 종교인들도 초청하였다. 이번 취임식에서도 두 명의 종교인, 즉 티모시 돌란(Timothy Dolan, 1950- ) 가톨릭 추기경과 프랭클린 그래엄 목사(Franklin Graham, 1952- , 빌리 그래엄의 아들)가 기도를 진행하였으며, 다른 종교인들(예를 들어 유대교 랍비) 세 명이 축도를 하여 총 5명의 종교인이 행사를 진행하였다. 이는 공적 영역에서 종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임을 보여준다.

둘째, 아마도 기독교의 “시민종교”[13] 성격이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어쩌면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공립학교에서 기도 문제에 대한 논쟁도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원래 종교와 국가와의 관계라는 고전적인 명제는 미국에서 아주 독특하게 진행된 면이 있다. 종교와 국가의 관계는 수정헌법 제1조에 “의회는 종교를 세우거나,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금지하거나, 발언의 자유, 출판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 그리고 정부에 탄원할 권리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어서는 안 된다(Congress shall make no law respecting an establishment of religion, or prohibiting the free exercise thereof; or abridging the freedom of speech, or of the press; or the right of the people peaceably to assemble, and to petition the Government for a redress of grievances).”라고 규정되어 있다.[14] 즉, 미국 정부가 종교를 지원하거나 금지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으나, 실제 사례는 매우 복잡하다.

국가와 종교와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판결로 꼽히는 것은 레몬 테스트(Lemon Test)로 알려진 연방대법원의 판례이다.[15] 이 판례의 중요한 지점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정부의 종교 관련 활동이나 지원의 주된 목적은 세속적(secular)이어야 하고, 둘째, 그러한 도움은 종교를 진흥하거나 금지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되며, 셋째, 종교와 국가 사이에 과도한 얽힘(excessive entanglement)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16] 물론 이 테스트도 수많은 후속 판례로 인해 복잡한 설명이 요구되지만, 대체로 공립학교나 정부의 활동에서 종교적 색채는 몇 가지 “전통”(취임식의 기독교적 의식)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배제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이러한 전통에 대한 다양한 변화가 예상된다.

셋째, 미국에서는 생명권과 산모의 선택권에 관한 오랜 논쟁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 바이든 정부에서도 연방대법원이 오랜 전통의 판례인 Roe v. Wade, 410 U.S. 113 (1973)을 뒤집었다. 이 판례는 산모가 첫 태동기(Trimester, 대략 3개월 정도) 기간 전에는 자유로운 낙태/임신 중단을 허용하고, 그 이후에는 정부의 생명 보호라는 명분으로 낙태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미국의 낙태에 관한 판례는 최근 2022년에 Dobbs v. Jackson Women’s Health Organization, 597 U.S. 215 (2022) 판례로 다시 한번 뒤집혔다. 이 판례의 핵심은 낙태에 관한 법률 결정을 연방대법원이 내릴 수 없으며, 각 주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전통적으로 강력한 규제를 하는 주에서는 낙태 또는 임신 중단을 전면 금지에 가까운 형태로 취급하여, 낙태를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고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1953년 낙태죄를 형법에 규정하여 태아의 생명을 엄격하게 보호함으로써 낙태를 처벌했으나, 실제로는 이를 잘 적용하지 않거나 임의적으로 적용해왔다. 이러한 형법 규정은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를 헌법불합치로 선고하면서 사실상 변경되었으며,[17] 그 이후 2021년 형법에서 낙태죄는 사라지게 되었고, 미국 대법원 판례와 유사한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이 문제가 한국 헌법재판소에서 어떻게 다루어질 것인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필자는 트럼프 행정부 내 파시즘적 요소도 있으나, 미국의 제도와 문화, 특히 법률 문화 때문에 사회가 파시즘 체제로 전환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그러한 경향이 만들어내는 긴장도는 높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한편, 종교, 특히 개신교와 국가 정책 간의 수많은 쟁점들이 얽혀 있는 미국의 현실은 유럽보다 한국에 더 강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치종교의 위험성

아마도 경제, 정치, 군사 등에 대한 다양한 변화에 더해 가치의 변화를 수반하는 향후 몇 년 간의 세계 정세가 펼쳐질 것이다.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바는 개신교 가치와 사회 혹은 국가와의 긴장 관계가 더욱 고조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연, 학연, 혈연으로 얽혀 있고 고도로 도시에 집중된 한국 사회에도 이러한 긴장 관계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즉, 사회 구성원 간의 거리와 관용(tolerance)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는 모든 사회의 숙제일 것이다.[18] 특히 최근의 한국 사회의 정치화-이는 정치의 사법화, 교회의 정치화 등을 수반하는데-를 보면서 과거의 역사적 경험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2차 대전을 겪으면서 추축국이었던 독일, 일본, 그리고 필자가 있는 이탈리아는 파시즘에 대해 예민할 수밖에 없었는데, 놀랍게도 이들 국가는 사실상 개신교, 신도, 가톨릭 등을 각각 사실상의 국교화로 하면서 정치와 밀착된 관계를 보여주었다. 게다가 이들 국가는 사회에 대해 일원적 지배를 강조하는 파시즘 체제로 나아갔다. 파시즘의 특징은 간단히 정의하기 어렵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학자들은 파시즘이 사상의 자유, 집회의 자유, 다원주의, 의회주의 등을 부정하면서 배타적인 민족주의적 모습을 띤다고 본다. 아울러 독일의 유대인, 이탈리아의 공산주의, 일본에서의 천황제 비판자나 한국의 독립운동가 등 내외의 적을 끊임없이 생산해낸다.[19] 특히 유럽의 경우, 유대인 학살이 그 정점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파시즘의 대가인 에밀리오 젠틸레(Emilio Gentile) 교수는 파시즘을 국가 종교적 성격을 띤다고 보고, 이는 단순한 민족주의를 넘어 “새로운 믿음 체계”를 가진다고 보았다. 파시스트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기독교 선교사들”에 비유하기도 했다고 한다.[20] 또한 파시즘 체제의 핵심은 바로 “폭력”이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21] 

이에 반해 한국은 1987년 이후 권위적 체제를 넘어 민주적 제도를 정착시켰다. 국가 폭력에 대한 상당한 반성과 후속조치에도 불구하고, 식민지, 전쟁, 권위주의, 독재 체제의 유산은 여전히 남아 있어 상당한 파열음을 보여주었다.[22]  특히 한국은 다른 파시즘을 경험한 유럽이나 일본과 달리 식민지의 억압과 피동성, 그리고 한국전쟁의 역동성과 폭력성을 겪었다. 여기서 지면상 상세히 논할 수는 없지만, 특히 국가 폭력, 사회적 폭력 등 각종 폭력 행사에 개신교 일부가 상당히 깊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최근에도 일부 기독교인들이 폭력에 깊게 관여하고 있기에 이 문제는 기독교계 전 영역이 깊게 성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파시즘의 잔재가 남아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탈식민지와 탈냉전의 과제를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정치에 과도하게 몰입하면서 진리를 독점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오만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나 헌법에 대한 주류 법률가들의 해석을 겸허히 받아들이되, 폭력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하면서도 정책적 차이에 대해서는 대화하려는 노력이(쉽지는 않지만) 바람직할 것이다. 종교인들, 특히 개신교인들은 이 세상의 수많은 의견들의 절대적 궁극성에 대해 의심하기에 정치의 종교화에 대해 거리를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자신이 속한 사회의 시민으로서의 궁극적인 책임도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 이는 어쩌면 디모데전서 2장 1-2절 “그러므로 내가 첫째로 권하노니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구와 기도와 도고와 감사를 하되,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하라. 이는 우리가 모든 경건과 단정함으로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을 하려 함이라”의 정신에도 부합할 것이며, 필자 개인적으로는 로마서 13장 1절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것이라”는 구절이 기독교가 친정부화되고 권력화되는 데 합리화되기 쉬운 구절이라고 생각한다.[23] 그런 점에서 교회 자체가 정치에 직접 참여할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면서도,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신자들이 늘어나야 할 이유이다.

          

맺음말

트럼프의 시기는 미국의 국익 위주의 정책과 이에 영향을 받아 각지에서 자국 중심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이며, 국제적 사안에 대해 다자적 해결이나 국제 규범을 통한 해결보다는 힘의 논리가 우위를 점할 것이다. 이러한 때 한국의 선택지가 무엇일 것인지는 여러 가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경제와 안보 상황에 대한 예측과 별개로 “시민종교”로서의 기독교가 미국 내에서 미치는 영향은 한반도의 기독교계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한국 기독교계는 미국 기독교계가 미국 정치와 가치 논쟁에서 더 많은 목소리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그러나 로마의 기독교가 국교화되면서 문제가 발생했고, 17세기 30년 전쟁을 통해 유럽이 초토화되었으며, 조선시대 유교가 사실상 국교의 역할을 담당했을 때 발생했던 문제점을 생각해 보면, 한 종교가 주도하는 사회는 근대 사회에 맞지 않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된 바이다. 유럽의 개신교 교파 간의 엄청난 다툼과 오랜 시간에 걸친 관용의 역사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미국 수정헌법 제1조와 한국 헌법의 종교 관련 조항(제20조 ①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②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개인의 양심을 강조하면서 국가 전체를 하나의 이념으로 만들려는 경향에 대해 시민으로서 견제하는 것이 요구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개신교 자체가 정치와 얽히지 않으면서도 개신교인의 개별적 “양심”에 따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은 그저 이상적인 것일지는 지켜볼 일이다.

 


주)

  1. 47대 미 대통령 선거 결과는 CNN website, “Election 2024: Presidential results,” (https://edition.cnn.com/election/2024/results/president?election-data-id=2024-PG&election-painting-mode=projection-with-lead&filter-key-races=false&filter-flipped=false&filter-remaining=false).  
  2.  『한겨레신문』, 「[단독] “눈빛 정상 아니어서 공포감”…서부지법 혼돈의 3시간」, 2025년 1월 20일 자(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78677.html).
  3.  취임연설문은 백악관(https://www.whitehouse.gov/remarks/2025/01/the-inaugural-address/.) 
  4.  “Hundreds of “illegal immigrant criminals” arrested, hundreds more flown out of U.S. by military, White House says,”CBS News, January 24, 2025. (https://www.cbsnews.com/news/hundreds-illegal-immigrant-criminals-arrested-more-flown-from-us-military-white-house-says/). 
  5.  1904년 테오도르 루즈벨트 대통령 시절 착공하여 1914년 완공, 1978년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 파나마에 반환하기로 약속, 1999년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실제 반환됨
  6.  Brooke Sopelsa and Jo Yurcaba“Transgender service members challenge Trump’s military ban,” CNBC, January 28, 2025(https://www.nbcnews.com/nbc-out/out-politics-and-policy/transgender-military-ban-lawsuit-trump-executive-order-rcna189651).
  7.  Holly Ellyatt, “Can Trump force the hand of NATO allies to spend up to 5% of GDP on defense?,” CNBC, January 23, 2025(https://www.cnbc.com/2025/01/23/can-trump-get-nato-allies-to-spend-more-on-defense.html).
  8.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타결”(2024년 10월 4일 ), 주미국 대한민국대사관 홈피(https://overseas.mofa.go.kr/us-ko/index.do) 보도자료.
  9.  Philip Blenkinsop, “What next for U.S.-EU trade ties after Trump’s complaints about deficit?,” Reuters, January 21, 2025 (https://www.reuters.com/markets/trumps-complaints-about-trade-deficit-with-eu-what-may-come-next-2025-01-21/).  
  10.   Stella Kim and Mithil Aggarwal, “Trump calls North Korea a ‘nuclear power,’ drawing a rebuke from Seoul,”NBC News, January 21, 2025(https://www.nbcnews.com/news/world/trump-calls-north-korea-nuclear-power-drawing-rebuke-seoul-rcna188490) 
  11.  Gregory A. Smith, “5 facts about religion and Americans’ views of Donald Trump,” Pew     Research Center (March 15, 2024)(https://www.pewresearch.org/short-reads/2024/03/15/5-facts-about-religion-and-americans-views-of-donald-trump/)
  12.  1937년 이후부터 진행된 대통령취임식에 종교인들의 기도와 축도를 한 전통에 대해서는 https://en.wikipedia.org/wiki/Prayers_at_United_States_presidential_inaugurations을 참고.
  13.  시민종교는 시민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의식, 신앙적 행태 등으로 나타나는 상징물, 관습 등 종교적 성질을 의미하며, 일반적인 종교와는 구별된다.
  14.  원문은 https://constitutioncenter.org/the-constitution/amendments/amendment-i. 
  15.  Lemon v. Kurtzman, 403 U.S. 602 (1971). 
  16.  여기에 대한 해설과 다른 법원 판례들에 대해서는 미국 법원 사이트(https://www.uscourts.gov/about-federal-courts/educational-resources/about-educational-outreach/activity-resources/first-amendment-and-religion#:~:text=Under%20the%20%22Lemon%22%20test%2C,entanglement%20between%20church%20and%20state.)를 참고.  
  17.  헌법재판소 2019.4.11 선고 2017헌바127 전원재판부 결정(형법 제269조 제1항 등 위헌소원) [헌집 31-1, 404] 등을 참고하라.
  18.  기독교와 관용의 역사에 대해서 가장 좋은 저서는 Perez Zagorin, How the Idea of Religious Toleration Came to the West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02), 특히 30년 전쟁(1618-48)이후 18세기의 계몽주의와 개신교에 대해서 pp. 240-288. 
  19.  Mark Gilbert, Italy Reborn: From Fascism to Democracy (London, UK: Allen Lane, 2024), 특히 pp. 22-23. 
  20.  Emilio Gentile, “Fascism as Political Religion,” Journal of Contemporary History, Vol. 25, No. 2/3 (May-June 1990): 229-251, pp. 232, 234 이외의 여러 곳. 젠틸레 교수의 국내에 소개된 글은 임지현, 김용우 엮음, 『대중독재 2』(서울: 책세상, 2005)에 41-54쪽에 「정치의 신성화」이다. 
  21.  John Foot, Blood and Power: The Rise and Fall of Italian Fascism (Dublin, Ireland: Bloomsbury, 2022), p, 3. 
  22.  한국의 독특한 전체주의 경험에 대해서는 수많은 저서들과 논문들이 있지만 필자는 김동춘, 『전쟁과 사회-우리에게 한국전쟁은 무엇이었나?』(경기도 파주: 돌베개, 2006)(개정판)을 추천하고 싶다. 
  23.  미야타 미쓰오의 『국가와 종교: 유럽 정신사에서의 로마서 13장』 (서울: 삼인, 2004)는 대표적인 역작인데, 한국을 대상으로 한 심층 연구가 필요하다.

안종철 교수는 이탈리아 베니스 대학교(Ca’ Foscari University of Venice) 부교수(Ph.D. and J.D.)로 재직 중이며, 서울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하와이대학교에서 법제사를 전공했다. 현재 한미관계, 한국 근현대사, 법과 사회 등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미국 선교사와 한미관계, 1931-1948: 교육 철수, 전시 협력 그리고 미군정』(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2010), “Historical Development of Judicial Independence in South Korea: Focus on Colonial and Post-Colonial Period”(Sojin Lim & Niki J.P. Alsford 편, Routledge Handbook of Contemporary South Korea, Routledge, 2022, 26-41), Cultural Exchanges Between Korea and the West: Artifacts and Intangible Heritage(Jong-Chol An & Ariane Perrin 편, Edizioni Ca’ Foscari, 2023)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