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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매 달 두 번, 첫째주 화요일과 셋째주 화요일에 여러분을 찾아 뵙게 될 ‘한기윤 리뷰’입니다. 한기윤 리뷰는 앞으로 국내외에서 일어난 문화 윤리적 이슈들에 대한 소개와 짧은 성경적 비평을 제공할 것입니다.

1. 정치와 기독교 윤리

미국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 경선이 시작되면서, 많은 매체들이 이번 선거를 주도하는 문화적, 윤리적 아젠다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뉴욕 타임즈(The New York Times)의 칼럼니스트 게일 콜린스(Gail Collins)와 브렛 스티븐스(Bret Stephens)의 1월 22일 대담에서는 정치가 어떻게 윤리적 이슈를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는지 볼 수 있습니다. 민주당 성향의 이들 칼럼니스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세 가지 전략을 제시하는데, 이 중 두 전략은 윤리적 이슈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바이든이 ‘낙태’를 강조하여 여성의 낙태권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판사’ 문제를 강조하여 연방대법원 판사 교체의 필요성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최근 낙태를 제한하는 주의회 법의 합법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2022년)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Mark Peterson for The New York Times

이어서 이 두 진보 논객은, 앞의 세 가지 전략과 별도로 미국의 과반수 이상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후위기와 같은 환경 이슈를 전면에 내세워 젊은 세대를 포함한 폭넓은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환경 이슈를 진보의 아젠다로 선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정치 상황도 이와 유사합니다. 한국에서도 정치와 윤리의 결합은 분명히 존재하며, 진보와 보수 간에는 다른 윤리적 아젠다를 점유하는 것을 통해서 선거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정의당과 녹색당의 연합은 젠더와 환경 이슈를 강조함으로써 젊은 층과 진보적 시민들의 지지를 얻고자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교인들은 정치가 종교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윌리엄 케버너(William T. Cavanaugh, 1963~)의 연구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종교는 종종 정치인들의 욕망을 정당화하는 도구로써 주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는 종교개혁 이후의 30년 전쟁(1618~1648) 등에서 종교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되었다고 주장합니다. 뉴욕 타임즈의 칼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치는 종종 종교와 윤리를 권력의 도구로 사용합니다. 정치는 종교의 신적 권위를 언제나 욕망하며, 윤리적 정당성을 얻고자 하지요. 따라서 교회는 언제나 정치적 싸움터로 전락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아이유와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가수 아이유는, 2024년 1월 16일 새 싱글 앨범 ‘러브 윈스’(Love Wins)의 포스터 공개와 함께,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 논쟁은 특히 PC주의자들 사이에서 격렬하게 일었습니다. ‘러브 윈스’라는 문구는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심장한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바로 2015년 6월 26일, 미국 연방 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합헌으로 판결한 이후 동성애 지지 진영의 슬로건으로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표현은 그 이후로 계속 동성애 지지자들의 중요한 표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난 16일 공개된 아이유 신곡 ‘러브 윈스’ 포스터.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나 아이유가 자신의 신곡 제목으로 ‘러브 윈스’(Love Wins)를 선택하자, PC주의자들은 이로 인해 그들의 문화적 상징이 손상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이 슬로건이 아이유의 노래 제목으로 사용됨으로써 그 원래의 의미와 가치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PC주의자들은 아이유에게 신곡의 제목을 변경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이러한 압력에 직면하여, 아이유 측은 결국 1월 19일에 제목을 ‘러브 윈스 올’(Love Wins All)로 수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사건은 현대 사회에서 PC주의가 어떻게 다양한 문화적, 사회적 이슈에서 폭력적 성형을 드러내는지 잘 보여줍니다. ‘베네딕트 옵션’의 저자인 로드 드레허(Rod Dreher)는, 그의 저서인 ‘거짓으로 살지 마라’(Live Not by Lies)에서, 이러한 PC주의의 폭력적인 태도를 ‘부드러운 전체주의’(Soft Totalitarianism)라고 명명합니다. 이 용어는 과거 폭력과 전쟁을 통해 전체주의를 강요하던 방식과는 달리, 현대에서는 문화와 경제를 매개로 전체주의적 이념을 강화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드레허는 PC주의가 동성애, 낙태 등 반기독교적 세계관을 문화적, 경제적 수단을 통해 강요하고 있으며, 이에 동조하지 않는 이들을 문화적,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전체주의의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이 종교적 믿음, 윤리적 신념, 문화적 다양성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문화, 경제, 윤리의 영역 등에서 세속적 가치를 강요 받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할 때입니다.


  • 윌리엄 케버너, 『신학, 정치를 묻다』(서울: 비아, 2019).; 윌리엄 케버너는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후반 가장 영향력 있는 기독교윤리학자로 선정된 스탠리 하우워스(Stanley Hauerwas)의 지도 아래 기독교 윤리학을 연구하였으며, 종교개혁 이후 정치와 교회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였다.
  • PC(Political Correctness)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언어 사용이나 활동에 저항해 모든 종류의 편견이 섞인 표현을 쓰지 말자는 신념이며 그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사회적 운동이나 철학을 의미한다.
  • Rod Dreher, Live Not By Lies(New York: Sentinel,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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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성 목사는 20-30대 대부분을 한국 라브리(L’Abri) 간사와 국제 라브리 회원으로 공동체를 찾은 손님들을 대접하는 환대 사역과 기독교 세계관을 가르쳤다. 현재 분당우리교회 협동 목사, 고려신학대학원에서 기독교윤리학 겸임교수로 섬기고 있다. 한기윤에서는 사무국장과 한기윤 리뷰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