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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출애굽기 17:1-7; 민수기 20:1-13

참고본문: 출애굽기 33:11; 민수기 20:8-13

시작하며: 친밀성의 혼란

기계를 동반자로 삼는 시대의 물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친밀성”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1)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성경 인물은 누구인가요? 아마도 모세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출애굽기 33장 11절에서 “사람이 자기의 친구와 이야기함과 같이 여호와께서 모세와 대면하여 말씀하셨다”라는 표현으로 미루어 볼 때 하나님과 가장 친밀한 존재가 모세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모세는 하나님과의 친밀감을 유지하고자 “회막”을 짓고 그곳에 나아가 하나님을 대면했습니다. MacDonald 부부는 이러한 모세와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모세는 기진맥진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요한 곳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의 신성한 친구와 교제를 나누고 마치 서로 대면한 것처럼 대화했습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의 공동체에는 하나님께서 쌍방 간의 대화를 원하시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2)

이처럼 하나님과의 친밀성을 가진 한 사람이 개인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전능하신 하나님께로 나아가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시작하여 공동체의 중대한 문제까지 다 들어주시는 사랑의 하나님을 경험할 때 진정한 영적 친밀감이 형성된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기술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현대인들은 하나님과의 친밀함이나 대인관계에서의 친밀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자기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기기들에 더욱 친숙함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문제는 이러한 기기들을 단순한 정보검색 도구로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코치나 상담자, 심지어 동반자로 여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더 나아가 정서적 대화와 전문 자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에이전트형 혹은 동반자형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인공지능 기반 플랫폼이나 기기들을 통해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만 경험되었던 친밀성이 위협당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물음은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친밀성은 과연 어떤 친밀성인가?” 그리고 “신앙인으로서 하나님 나라를 위한 공동체적 영성을 세워가는 친밀성은 무엇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어디서 찾아야 하겠습니까? 모세오경에 등장하는 “므리바 사건”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기를 원합니다. 성경에는 므리바 사건이 두 번 등장하는데요, 각각의 사건은 반석을 대하는 태도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인격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주는가 하면 반대로 단지 문제 해결을 위한 일회용 도구로서의 수단에 그치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출애굽기에서 보여주는 “인격화된 친밀성의 형성 과정”과 민수기에서 보여주는 “도구화된 친밀성의 사용 결과”를 통해 오늘 이 시간에 하나님이 주시는 귀한 지혜를 함께 얻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인공 친밀성의 시대: 므리바 사건을 통해 나타난 참된 친밀성 | 이종민 교수 (총신대학교, 기독교교육과)1.  인격적 친밀성으로 찾아오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라: 대인 간의 상호작용적 과정으로 형성되는 인격적 친밀성(17:1-17)

다툼의 한가운데 서 계신 하나님

르비딤에서 벌어진 첫 번째 므리바 사건은 반석을 통한 관계의 인격화 과정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사건의 시기는 이스라엘 백성이 여호와의 명령을 따라 신광야를 떠나 르비딤에 도착했던 광야 생활 초기입니다. 르비딤에 장막을 쳤을 때 마실 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먼저 모세에게 원망하며 모세와 다투었습니다. 이러한 불평과 원망에 직면한 모세는 문제를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여호와께 부르짖어 호소했습니다(출 17:4). 이러한 모세의 간구에 하나님께서 “백성 앞을 지나서 이스라엘 장로들을 데리고 나일 강을 치던 네 지팡이를 손에 잡고 가라 내가 호렙 산에 있는 그 반석 위 거기서 네 앞에 서리니 너는 그 반석을 치라 그것에서 물이 나오리니 백성이 마시리라”(출 17:5-6)라고 응답하셨습니다. 그리고 모세는 여호와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했습니다. 그 결과 물이 나왔고 백성들은 물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이때 성경은 그 결과를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그가 그 곳 이름을 맛사 또는 므리바라 불렀으니 이는 이스라엘 자손이 다투었음이요 또 그들이 여호와를 시험하여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우리 중에 계신가 안 계신가 하였음이더라”(출 17:7).

여기서 므리바 사건이 보여주는 인격화된 친밀성의 두 가지 깊은 영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다툼과 원망이 가득한 현장 한가운데 하나님이 직접 서 계셨다는 사실입니다.(출 17:5) 물 부족으로 원망하는 백성과 난처해진 모세 사이에, 하나님께서 친히 모세를 대신하여 그 자리에 서시겠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즉 ‘다툼(מְרִיבָה Merīvāh, 므리바)’이란 단순히 사람끼리의 갈등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과 하나님 사이에 빚어진 불신의 문제임을 눈으로 똑똑히 보여주신 것입니다. 둘째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과 맺은 친밀함의 상태를 평가하셨다는 점입니다. 성경은 ‘시험(맛사)’이라는 단어를 통해, 백성들이 모세처럼 하나님과 충분한 인격적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결국 므리바 사건의 진짜 목적은, 반석에서 물이 뿜어져 나와 단순히 목을 축이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사건을 통해 모세는 하나님과 인격적 친밀성을 빚어간 반면, 백성들은 여전히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입니다.

부르짖음과 응답으로 빚어지는 인격적 관계

따라서 출애굽기에 나타나는 므리바의 사건은 모세와 하나님과의 단순한 유대적 감정을 설명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격적인 친밀함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맺어지고 자라나는지를 잘 보여주는 본문입니다. 특별히 인격적 친밀성은 “대인 간의 상호작용적 과정(an interpersonal, transactional process)”3), 즉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인격적으로 반응을 주고받는 만남의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므리바 사건에 적용하여 간단하게 3단계로 도식화하여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모세의 고백입니다. 모세는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과 어려움을 하나님 앞에 숨김없이 털어놓으며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이 단계에서 모세는 하나님께서 자신을 알아주시고 인정해 주시기를 원하고 감정을 나누며 외로움을 털어내고 조언을 얻고자 하는 간절한 갈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거절당하고 버림받지는 않을까, 사람들의 분노와 공격에 부딪히지는 않을까,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상대에게 압도당하지는 않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의 부담도 고스란히 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세는 이러한 깊은 갈망과 두려움 속에서도 주저앉지 않고, 말로 부르짖거나 온몸으로 엎드리는 모든 방식을 통해 하나님 앞에 나아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모세의 부르짖음을 들으시는 하나님의 품으심과 응답하심입니다. 솔직하게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모세에게 하나님께서는 그의 호소를 들으시고 그에게 다가와 말씀하시며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알려 주십니다. 이 단계에서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거룩한 뜻과 사랑의 눈으로 모세의 아픈 고백을 받아주시고 그의 처지를 깊이 헤아리며 돌보아 주시는 사랑으로 반응하십니다. 이러한 반응은 모세의 말과 감정에 깊이 공감하며 구체적인 명령을 내리시는 말씀의 응답과 함께, 므리바 반석 위에 친히 서 계시는 행동으로 “내가 너와 함께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보여주시며 하나님의 신실하신 응답을 가장 분명하게 나타내 보여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단계는,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순종으로 반응하며 친밀감을 발전시켜 나아가는 단계입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하나님께서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인정하시며 세밀하게 배려하신다는 사실을 온 마음으로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므리바의 반석을 대하는 순종의 걸음으로 나아갔습니다. 모세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지시에 따라 므리바의 반석을 대하는 이 과정은, 자신에게 베푸신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모세의 믿음의 응답이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과 모세 사이에 마음을 열고 말씀에 응답하는 인격적인 교제가 계속 이어지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됨으로 두 분 사이의 인격적 친밀성은 더욱 깊고 단단하게 발전해 갔습니다.

종합해 보면 대인관계적 상호작용으로서의 인격적 친밀감은 단순한 정보의 교환을 넘어서는 ‘감정의 교류’입니다. 그리고 표면적 의사소통을 넘어 개인의 내적 필요와 사회적 동기를 충족시키는 ‘상호작용 과정’이며 궁극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인정 그리고 배려가 구체적으로 실천되는 친근하고 안정적인 ‘인격적 관계 형성’입니다. 우리는 이런 인격적 친밀성을 첫 번째 므리바 사건에서 찾아오시는 하나님을 통해 발견할 수 있습니다.

2. 욕구 충족에 머문 인공 친밀성을 조심하라: 수단으로 전략한 도구화된 유사 친밀감의 유혹(민수기 20:1-13)

반석을 쳐서 거룩함을 가린 도구적 관계

가데스에서 벌어진 두 번째 므리바 사건은 반석을 통한 ‘관계의 도구화’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줍니다. 때는 백성들이 광야에서 40년 생활을 하고 미리암의 죽음을 겪었을 무렵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신광야에 이르러 가데스에 머물렀는데, 이전처럼 또다시 마실 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세에게 “우리 형제들이 여호와 앞에서 죽을 때에 우리도 죽었더라면 좋을 뻔하였도다”(민 20:3)라고 원망하며 모세와 다투었습니다. 이 원망을 들은 모세는 여호와 하나님을 대면하기 위해 회막 문에 이르러 엎드렸습니다. 그때 여호와께서 나타나셔서 말씀하셨습니다. “지팡이를 가지고 네 형 아론과 함께 회중을 모으고 그들의 목전에서 너희는 반석에게 명령하여 물을 내라 하라 네가 그 반석이 물을 내게 하여 회중과 그들의 짐승에게 마시게 할지니라”(민 20:8). 그러나 모세는 하나님의 명령과 달리, 손에 든 지팡이로 반석을 두 번 내리쳤습니다. 그러자 많은 물이 쏟아져 나왔고 백성과 짐승들이 그 물을 마셨습니다. 하지만 성경은 이 사건을 다음과 같이 평가합니다.

“너희가 나를 믿지 아니하고 이스라엘 자손의 목전에서 내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 고로 너희는 이 회중을 내가 그들에게 준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지 못하리라”(민 20:12-13).

여기서 두 번째 므리바 사건이 보여주는 도구화된 친밀성의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모세는 아론과 함께 회중을 그 반석 앞에 모으고 여호와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을 꾸짖었습니다(민 20:10). 이는 여호와의 거룩함을 드러내는 행위가 아니라 여호와 하나님의 능력을 도구화하는 행위가 되고 말았습니다. 다시 말해 이스라엘 백성들이 물을 마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므리바 반석을 사용한 것입니다. 그 결과 므리바 사건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이 여호와 하나님의 거룩함을 보며 그분을 예배하게 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반석을 치는 행위는 다툼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은 되었지만 하나님의 임재를 통한 거룩하심을 드러내어 언약의 관계를 형성하지는 못했습니다.

인공 친밀성이 주는 편리함과 유사 친밀감의 덫

이처럼 관계를 도구처럼 취급해 버린 민수기의 므리바 사건은 사람이 살아있는 온전한 인격이 아니라 ‘인격이 없는 대상’과 친밀함을 맺으려 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러한 도구적 행위에 의해 형성되는 친밀감을 일컬어 “인공 친밀성(artificial intimacy)”이라고 합니다. 이는 인공지능 또는 소셜 로봇과 같은 인공적 존재(artificial being)와 인간 사이의 친밀성을 일컫는 개념입니다.

특별히 Brooks는 인공 친밀성을 “관계(connections), 친밀성, 성적 만족에 대한 인간의 욕구와 관련되는 기술들(technologies)”이라고 정의합니다.4)

이는 기존에 친밀감을 대인관계에서 느끼는 유대감으로 이해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친밀감은 사람 사이에서 맺어지는 관계에 집중하지만, 인공 친밀성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하나의 ‘기술’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친밀감을 단순히 욕구를 채우는 기술로 대할 때, 기계나 가상의 대상을 통해 ‘마치 진짜 친밀한 것처럼 느끼는 착각’, 곧 ‘유사 친밀감’이 생겨나게 됩니다.5)

이러한 유사 친밀감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진정한 친밀감과 두 가지 측면에서 구별됩니다.

첫째, 서로 마음을 주고받지 못하는 일방적인 관계라는 점입니다. 모세와 므리바 반석의 관계를 보십시오. 모세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격한 감정을 고스란히 겪으며 자신의 연약함을 터뜨려 놓았지만, 반석은 그저 두 번 내리치는 행위에 물만 뿜어냈을 뿐 모세의 마음에 아무런 인격적 반응도 나누지 못했습니다. 결국 출애굽기의 첫 번째 므리바 사건이 하나님과의 살아있는 인격적 관계에서 나온 열매라면, 민수기의 두 번째 사건은 이전의 관계를 겉모양으로만 흉내 낸 껍데기뿐인 ‘가짜 친밀함’이었습니다.

둘째, 관계 그 자체보다 내 필요를 채우는 수단으로 여긴다는 점입니다. 참된 친밀함이란 상대방을 내 필요를 채우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방을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인격으로 대하고, 그 사람의 자유와 마음, 형편과 한계까지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줄 때 비로소 형성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므리바의 반석은 그저 당장 목마름을 채워주는 기계적인 반응으로 끝나버렸습니다. 결국 민수기의 므리바 사건에서는 물이라는 육신의 필요는 채워졌을지 몰라도, 하나님과 백성 사이에 깊어져야 할 거룩한 언약적 관계는 조금도 자라나지 못한 채 오직 내 욕심만 채우려는 도구적 수단만 남고 만 것입니다.

종합해 보면 유사 친밀감이 인간 간의 진정한 친밀성과 차이를 보이는 핵심 원인은 서로 인격과 인격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교감이 충분하지 않고, 오직 인간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기술로서 도구적 성격이 너무나 강하다는 데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반응이 지금 당장 우리에게 실제적인 위안과 친밀한 느낌을 줄 수는 있지만, 그것만 가지고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참된 친밀성과 동일한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인공 친밀성은 완전히 허구적인 감정이라기보다 인간에게는 실제로 경험되지만 그 관계의 상호성이 제한되고 도구성만이 강조된 ‘유사 친밀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3. 참된 친밀성의 꿈꾸는 개인과 공동체: 쌍방적·호혜적 신앙의 형성과 대면적 공동체적 영성의 구현

하나님 앞에 나를 여는 쌍방적 신앙의 회복

AI는 하나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만남을 돕는 제한적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지만 그 만남을 대체하거나 통제하는 위치에 놓여서는 안 됩니다. 출애굽기의 므리바 사건이 보여 주는 참된 기적은 단순히 반석에서 물이 나온 결과에만 있지 않습니다. 더 근본적인 기적은 원망과 갈등으로 분열될 수 있었던 공동체 가운데 하나님께서 임재하시고 모세의 부르짖음에 응답하시며 공동체가 하나님의 돌보심을 함께 경험하도록 하신 데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관계적 신앙과 공동체적 영성이 회복될 때 인간은 AI가 제공하는 도구적 유사 친밀성을 올바르게 분별하고 넘어설 수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도구적 친밀성인 인공 친밀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두 가지 방향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째,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서로 인격적으로 대화하고 사랑을 주고받는 쌍방적 신앙을 형성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성도는 먼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정직하게, 그리고 한 걸음씩 숨김없이 열어 보여야 합니다. 마음을 연다는 것은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하나님께 자신의 생각과 감정, 욕구와 두려움, 소망과 상처를 인정하고 내어놓는 행위입니다. 모세의 부르짖음처럼 모든 것을 숨기지 않고 표현할 때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관계가 깊어집니다.

다음으로 우리는 하나님의 응답을 잠잠히 기다리며 그것을 분별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응답은 내가 원하는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로만 주어지지 않습니다. 말씀의 교정, 성령님의 위로, 공동체의 돌봄, 침묵과 기다림을 통해 우리 개개인의 마음에 다가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기도와 말씀 묵상의 시간을 마련하고 예배와 공동체 기도에 참여하며 정기적으로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삶을 성찰해야 합니다.

마주 봄으로 살아나는 대면적 공동체

둘째,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얼굴과 얼굴을 마주 대하는 대면적 공동체 영성을 구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교회는 성도들이 자신의 아픈 경험과 솔직한 감정을 아무런 두려움 없이 안전하게 나눌 수 있는 소그룹 중심의 인격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합니다. 이러한 공동체는 특별히 돌봄의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지속해서 지원하는 모임이 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갈등을 억압하거나 당사자를 배제함으로써 외형적인 평온만을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의 원인을 경청하고 잘못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며 관계의 재구성을 통해 갈등을 영적 성숙의 기회로 삼는 대면적 만남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렇게 할 때 공동체 안에서 하나님의 거룩함과 사랑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공동체적 영성이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마치며: 참된 친밀성의 은혜로

모든 기술을 사랑의 목적 아래 다시 세우라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참된 친밀성의 위기는 AI 기술의 출현만으로 발생한 문제는 아닙니다. 그 근본에는 하나님과 다른 인간을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대하려는 인간의 도구적 욕망이 있습니다. AI는 이러한 욕망을 강화하고 가시화할 수 있습니다. 두 번의 므리바 사건은 사물과 기술이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와 인간과 인간의 관계 안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반석은 하나님의 임재와 말씀에 종속될 때 개인과 공동체가 하나님의 돌보심을 경험하도록 돕는 매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석 자체가 문제 해결의 도구로 전면에 등장하고 인간이 그것을 자신의 방식대로 통제하려 할 때 하나님의 거룩함과 인격적 관계가 가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개인과 교회가 추구해야 할 것은 AI와 기술을 단순히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기술을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관계적 목적 아래 재배치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는 쌍방적·호혜적 신앙을 형성하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는 대면적 공동체 영성을 실천함으로써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기초한 참된 친밀성이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은혜가 우리 가운데 넘쳐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은혜가 우리 가운데 충만하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


주)

  1. 이 단어와 연관하여 보편적으로 떠오르는 개념은 “대인관계적 친밀감”(interpersonal intimacy)이다. 이것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느끼는 감정으로서, 남녀 간에 느끼는 애정의 정도나 친구 간에 느끼는 우정의 정도, 혹은 동료들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친숙함의 정도이다. 이러한 친밀함에 대해 APA 심리학 사전은 “당사자들 사이에 극도의 정서적 가까움이 형성된 대인관계 상태로서, 어느 한 사람이 상대방의 개인적 공간에 들어가더라도 그 사람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친밀감은 가깝고 친숙하며 대개 애정이나 사랑이 있는 인간관계의 특징이며, 당사자들이 서로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거나 깊이 이해하고 있을 것을 요구한다”라고 정의한다.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APA Dictionary of Psychology, “Intimacy.” 2018년 업데이트, 2026년 8월 5일 접속.
  2. Gordon MacDonald & Gail MacDonald, 친밀함을 향한 마음, 서울: 쉴만한물가, (2002), 14-15.
  3. Harry Reis & Phillip R. Shaver, Intimacy as an Interpersonal Process, Journal of Pr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4(1988), 397-388. 연구자들은 관계형성과정을 표현자의 동기·두려움·목표(Motives, Fears, and Goals), 자기개방 또는 감정 표현(Disclosure or Emotional Expression), 반응자의 동기와 해석 필터(Responder’s Motives and Interpretive Filter), 반응자의 응답(Response to Self-Expression), 표현자의 해석 필터(Discloser’s Interpretive Filter), 그리고 이해·인정·배려의 지각과 친밀감 형성(Perceived Understanding, Validation, and Caring)으로 제시한다.
  4. Rob Brooks, Artificial Intimacy,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2021), 2.
  5. 정태창, 친밀성, 친밀관계와 물화, 인문논총 82/4(2025), 244-245. 정태창은 인공 친밀성을 “① 어떤 기술(‘ars’)을 통해 만들어진(‘ficialis’) 인공적인 수단에 의해 ② 유사-친밀성(pseudo sense of intimacy)이 발생하거나, 더 나아가 ③ 친밀 관계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는 것, 혹은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정의한다.

 


[20269월 이슈설교 | 설교 작성을 위한 가이드]

제목: 인공 친밀성의 시대: 므리바 사건을 통해 나타난 참된 친밀성

성경본문: 출애굽기 17:1-7; 민수기 20:1-13

참고본문: 출애굽기 33:11; 민수기 20:8-13

  • 현상 진단: AI와 디지털 기기가 코치와 동반자로 자리 잡은 기술사회 속 성도들. 즉각적인 기계적 반응의 편리함 속에 인격적 교감보다 기계를 향한 친숙함과 의존도가 커져감.
  • 문제 제기: AI가 주는 정서적 위안에 길들여져 깊은 인격적 친밀성이 약화되고, 하나님과 이웃을 내 욕구 충족을 위한 ‘도구’로 소비하는 유사 친밀감에 머물게 됨.
  • 설교 방향: 출애굽기와 민수기의 두 ‘므리바 사건’을 대조하여 도구화된 반석의 한계를 밝히고, 하나님과의 쌍방적 신앙과 성도 간의 대면적 공동체 영성을 회복하도록 인도함.

시작하며: 친밀성의 혼란 (33:11)

  1. 기계를 동반자로 삼는 시대의 물음
  • 모세는 회막에서 하나님과 친구처럼 대면했으나, 현대인은 기기를 코치와 동반자로 삼으며 인간 고유의 친밀성을 기계에 내어주고 있음.
  1. 참된 친밀성을 향한 신학적 질문
  • “AI가 대인관계를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수동적 논쟁을 넘어, 성도가 진정 추구해야 할 참된 친밀성과 공동체적 영성의 본질을 성찰해야 함.

본론 1. 인격적 친밀성으로 찾아오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라! (17:1-7)

  1. 다툼의 한가운데 서 계신 하나님 (출 17:1-7)
  • 르비딤 광야의 물 부족 갈등 현장 한가운데 하나님이 반석 위에 서 계심. ‘므리바’와 ‘맛사’는 백성의 불신을 드러내며, 하나님이 친히 임재하셔서 인격적 관계를 맺어가심을 보여줌.
  1. 부르짖음과 응답으로 빚어지는 인격적 관계 (출 17:4-6)
  • 인격적 친밀성은 상호작용 과정으로 형성됨. 모세의 정직한 고백(자기 개방), 하나님의 따뜻한 응답(수용과 반응), 말씀 순종(피드백)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가 깊어짐.

본론 2. 욕구 충족에 머문 인공 친밀성을 조심하라! (20:1-13)

  1. 반석을 쳐서 거룩함을 가린 도구적 관계 (민 20:8-13)
  • 가데스 므리바에서 모세는 말씀 대신 혈기로 반석을 두 번 침. 물은 나왔으나 하나님의 능력을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도구화하여 거룩함을 가리고 언약적 관계 형성에 실패함.
  1. 인공 친밀성이 주는 편리함과 유사 친밀감의 덫
  • Brooks의 정의처럼 인공 친밀성은 욕구 충족을 위한 기술에 불과함. 감정 교류가 없는 일방적 비대칭성과 내 만족만 앞세우는 도구성으로 인해 참된 관계로 발전하지 못함.

본론 3. 참된 친밀성을 꿈꾸는 개인과 공동체

  1. 하나님 앞에 나를 여는 쌍방적 신앙의 회복
  • 하나님 앞에 연약함과 두려움을 숨김없이 털어놓고, 즉각적 해결을 넘어 말씀과 성령, 기다림 속에 임하는 세밀한 응답을 분별해야 함(기도와 말씀 묵상의 일상화).
  1. 마주 봄으로 살아나는 대면적 공동체
  • 성도 간에 아픔과 감정을 안전하게 나눌 수 있는 소그룹 중심의 돌봄을 세우고,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경청과 용서로 풀어가는 대면적 관계를 구현해야 함.

마치며: 참된 친밀성의 은혜로

  • 두 번의 므리바 사건은 기술과 사물이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 보여줌. 모든 기술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관계적 목적 아래 재배치되어야 함.
  • 쌍방적 신앙과 대면적 공동체 영성을 회복할 때, 인공 친밀성의 유혹을 넘어 삶 속에서 참된 친밀성의 은혜가 넘쳐나게 됨. (*)

이종민 목사는 총신대학교에서 신학과 졸업하고(BA), 총신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M.Div)를 마쳤고, 미국 Wheaton College에서 교육학 석사(MA)를 공부하고, Biola University에서 교육학 박사(Ed.D)를 마쳤다. 현재 총신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과 교수로 학과장과 기독교교육연구소 소장으로 섬기며, 교회교육과 학교종교교육에서 그리스도의 심장을 가지고 하나님의 일꾼으로 사역해 나갈 다음세대를 양성하는데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