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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과 대만은 페미니즘과 퀴어 이론 외에도 동성애와 트랜스젠더, 동성 결혼을 인정할 수 있는 다른 요인이 있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다. 그것은 종교적인 이유이다.

 

태국의 동성 결혼 합법화

태국 상원의원회는 지난 6월 16일 포괄적인 결혼 평등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통해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국가가 되었다. 이 법안은 결혼을 남녀의 결합이 아닌 두 사람 간의 결합으로 규정하였으며, 동성 결혼 부부는 상속권과 입양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태국의 국왕의 승인 절차만 남긴 이 법안은, 승인 후 120일이 지나면 발효된다.

이번 결정으로 태국은 아시아에서 지난 10년 동안 호주, 뉴질랜드, 네팔, 대만에 이어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다섯 번째 나라가 되었다. 뉴질랜드와 호주는 지리적으로는 아시아에 위치하고 있지만, 정치, 사상, 정책에 있어서는 유럽과 북미에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는 나라들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들 나라의 동성결혼 합법은 급진적인 페미니즘과 퀴어 이론 및 이들 활동가들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네팔과 대만은 페미니즘과 퀴어 이론 외에도 동성애와 트랜스젠더, 동성 결혼을 인정할 수 있는 다른 요인이 있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다. 그것은 종교적인 이유이다.

최근 국제적인 경제 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는 태국의 동성결혼 합법 이슈를 소개하면서 태국이 동성 결혼을 수용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였다.1) 첫째는 약 60% 이상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높은 사회적 수용이다. 이러한 높은 수용성은 틱톡, 페이스북, 유튜브 등과 같은 소셜 미디어의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과 ‘보이즈 러브’로 불리는 동성 로맨스 드라마 등의 미디어 역할 덕분이다. 이는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지대하고 동성애를 주제로 한 웹툰을 보는 젊은 세대가 많은 우리나라도 주목해야 할 요소이다.

 

첫째는 약 60% 이상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높은 사회적 수용이다. 이러한 높은 수용성은 틱톡, 페이스북, 유튜브 등과 같은 소셜 미디어의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과 ‘보이즈 러브’로 불리는 동성 로맨스 드라마 등의 미디어 역할 덕분이다.

 

동성애와 종교의 관계

태국의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두 번째 이유는 종교적 영향이다. 태국의 지배적인 종교인 불교는 동성 관계를 금지하지 않는다. 이는 불교 교리에서 물질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고통이자 허상으로 보고, 물질 세계를 탈출하는 열반(니르바나)에 도달하는 것이 수행의 궁극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불교는 윤리적인 삶보다는 인간 삶 자체에 얽매이지 않는 탈출을 추구하며, 이 때문에 동성애가 수행을 방해하지 않는 한 문제 삼지 않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본 불교의 경우에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더 나아가 동성애가 남성이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성적 쾌락이자 비밀스럽고 신비한 관습으로 찬양되거나 장려되기도 했다. 동국대 허남결 교수는 14세기부터 일본에는 남성 간의 동성애를 다루는 수많은 불교 문헌이 존재하며, 이들 문헌에는 나이 많은 승려가 젊은 행자를 애인으로 삼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고 지적한다.2)

 

불교는 윤리적인 삶보다는 인간 삶 자체에 얽매이지 않는 탈출을 추구하며, 이 때문에 동성애가 수행을 방해하지 않는 한 문제 삼지 않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동성애 친화적인 불교와 힌두교 

또한 허남결 교수는 불교가 동성애에 대해 윤리적 판단을 하지 않는 주요 이유로 윤회 사상을 들어 설명한다. “근본 불교의 입장에서는 성적 정체성이나 지향성이 한 생에서 다른 생으로 넘어감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므로 성적 지향성이나 성 자체가 어느 정도 가변적인 것으로 여겨지며, 그 자체로 도덕적 문제나 수행생활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교의 동성애에 대한 관용적인 태도는 대만의 동성 결혼 합법화와도 연관이 있다. 대만은 인구의 70% 이상이 불교인으로, 아시아 최대의 불교 국가 중 하나이다. 

아시아의 동성결혼 합법화의 종교적 영향의 다른 예를 보면, 네팔의 동성 결혼 합법화를 들 수 있다. 네팔은 힌두교의 나라이다. 힌두교에는 ‘히즈라’로 불리는 제3의 성이 존재한다. 이들은 자연적으로 남자의 성을 물리적 혹은 정신적으로 포기한 사람들을 의미하며, 현대에는 게이를 의미한다. 또한 다른 힌두교 국가인 방글라데시는 2013년에, 인도는 2014년에 이들을 제3의 성으로 공식 인정하였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의 아시아에서 일어난 동성 결혼 합법화와 동성애 인정에는 서구 사회와 달리 지배적이고 전통적인 종교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3)

 

허남결 교수는 불교가 동성애에 대해 윤리적 판단을 하지 않는 주요 이유로 윤회 사상을 들어 설명한다. “근본 불교의 입장에서는 성적 정체성이나 지향성이 한 생에서 다른 생으로 넘어감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므로 성적 지향성이나 성 자체가 어느 정도 가변적인 것으로 여겨지며, 그 자체로 도덕적 문제나 수행생활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는 것이다.

 

한국은?

그렇다면 한국은 이러한 아시아의 전통 종교의 영향 가운데 자유롭다고 할 수 있을까? 한국은 유교 문화권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신라와 고려 시대에는 천 년 이상 불교 왕국이었다. 조선은 유교의 왕국이었다고는 하지만, 유교는 주로 지배층의 통치 사상으로 사용되었고, 실제로 평민들에게는 불교가 더 큰 영향을 미쳐왔다. 현대에도 불교는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종교로 자리 잡고 있다. 비록 2023년 한국 리서치의 종교 인식 조사에서 개신교(20%)에 이어 17%로 2위 종교가 되었지만, 호감도에서는 100점 만점에 52.5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는 불교가 여전히 한국인의 정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4)

이와 반대로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개신교17%)과 싱가포르(기독교 18.9%, 이슬람 15.6%)를 예로 들며, 이들 나라가 동성 결혼에 반대하는 주된 이유로 복음주의 기독교의 강력한 반대와 로비 활동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는 이슬람의 반대가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는 아시아에서 동성애와 동성 결혼 문제가 종교적인 이유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한국이 지닌 전통적인 불교적 세계관을 통해 볼 때, 태국이나 대만에서 보여준 상황이 한국에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한국 정치와 입법기관이 동성 결혼과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 소극적인 이유는, 성경적 성 윤리를 지키기 위해 기도하고 노력하는 기독교인들의 활동이 동성 결혼과 같은 성 정체성의 혼란을 늦추고, 자연스럽고 성경적인 가족 구조를 보호하는 데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각주

  1. https://www.economist.com/asia/2024/06/20/thailand-legalises-same-sex-marriage
  2. https://www.budreview.com/news/articleView.html?idxno=28
  3.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4/06/20/IYBFVUUG3VFO5JKX6LMT4X2S2Q/
  4. https://hrcopinion.co.kr/archives/28464

이춘성 목사는 20-30대 대부분을 한국 라브리(L’Abri) 간사와 국제 라브리 회원으로 공동체를 찾은 손님들을 대접하는 환대 사역과 기독교 세계관을 가르쳤다. 현재 분당우리교회 협동 목사,  한기윤 사무국장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