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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학생이 마주한 거센 유혹

글을 너무 잘 썼는데? 정말 본인이 쓴 내용일까?” 최근 대학교에서 과제를 채점해 본 이들이라면 한두 번쯤은, 아니 종종 떠올린 생각일 것이다. 분명 여학생이 낸 과제인데 군대 생활에 대한 개인 경험담이 적혀 있다든지, 외국에서 온 유학생인데 너무나 유려한 표현과 완벽한 문법의 글을 제출한다든지, 학부생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논의와 성찰이 담긴 에세이를 채점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러한 일들은 ChatGPT나 클로드,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학교 현장이 당장 마주한 현상이다. 실제로 근래 국내에서 AI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문제가 되었고 영국과 같은 곳에서도 벌써 수천 건 이상의 인공지능과 관련된 부정행위가 적발되었다.1)

당장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원하는 조건을 말하면 글 한 편을 뚝딱 만들어내는 도구의 유혹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책 한 권을 순식간에 요약하고,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를 만들고, 프로젝트 설계를 돕고 코딩 작업까지 수행하며, 디자인 작업까지 아마추어 수준 이상으로 대신해 주는 도구는 그냥 버리기에는 아깝기까지 하다.

학문과 경건: 그리스도인 학생으로서 AI 사용하기 | 이재국 교수 (백석대학교 역사신학)성찰할 지점: 학업의 본질, 결과보다 중요한 과정

이런 배경에서 전 세계의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AI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정책을 만들어서 안내하고 있다. 2025년 11월 옥스퍼드 대학교 고전학부는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에게 인공지능 자원을 어떻게 선용하고 어떤 것을 금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2) 국내에서도 서울대학교 등이 유사한 정책을 하나둘씩 발표하고 있다.3) 각각의 대학이 안내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지만 AI의 활용을 막을 수는 없으며 오히려 윤리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를 사용할 기준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들은 현재 제공되는 AI 서비스의 기술적 한계를 이해하도록 하고, 활용하는 이가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인공지능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를 권하거나 규정한다.

옥스퍼드 대학 고전학부는 생성형 AI를 “학습 보조”를 위해 사용하고 학생의 “독립적 사고”와 “비판적 분석”이 이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특히 학생이 자신이 배우는 분야에서 스스로의 관점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느린 독서(slow reading)”가 필요하며 “자신만의 글쓰기 목소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AI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학업에서의 인공지능 사용이 학생이 지향하는 본질적 목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성찰이다. AI가 굉장히 많은 일들을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는 이는 원하는 작업의 ‘결과물’을 빠르게 얻어낼 수 있다. 서평이나 에세이를 1분 안에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을 정말로 성장하게 하는 것은 학업 과정이지 최종 결과물이 아니다. 느리더라도 읽고 생각하고 표현해 보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는 필수적인 과정이 있기 때문에 이를 놓쳐서는 안 된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는 AI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에서 이러한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대학에서 지름길을 찾기보다는 배움의 수고스러움을 택하기를 권한다.4) 그러므로 학업에서 어떻게 하면 AI를 효율적으로 사용할까보다 우선해야 하는 질문은 학업을 통해 나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일 수 있다. 특히 그리스도인은 신자로서 학업의 본질과 방향성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푸치우스가 가르치는 학업의 본질과 방향: 하나님을 향한 예배

이러한 고찰은 우리만 마주한 과제가 아니다. 17세기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의 교수였던 개혁파 신학자 히스베르투스 푸치우스(Gisbertus Voetius, 1589-1676)는 이 주제에 대한 좋은 지침을 준다. 푸치우스는 교수 취임 연설에서 학교 안에서 학업의 과정 중에 경건이 학문과 결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5) 여기서의 학문은 신학만을 가리키지 않으며, 법학, 철학, 의학, 문헌, 수사, 역사학 등을 다 포함한다. 신학생이 아니더라도 학업의 과정에서 무엇보다 강조한 지점이 바로 경건이었다.

왜 학업에서 경건이 중요할까? 푸치우스는 학생을 “가장 중대한 일들을 연구하는데 헌신하여 하나님과 사람의 호의 아래 국가나 교회의 숭고한 직무를 맡을 준비를 하는 자”라고 정의한다. 그는 학문을 하는 “모든 방식과 접근은 한 하나님에 대한 예배 안에서 하나를 이루며 저 유일한 목표를 향한다”라고 피력했는데, ‘저 유일한 목표’란 하나님이다. 모든 학문은 창조주이신 하나님으로 인해 파생되었기에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하나님을 알아가고 그분을 영화롭게 하는 길로 이어진다. 그리고 학업의 목표가 하나님이기에 그 과정은 넓은 의미에서 예배가 된다. 그래서 푸치우스는 학교란 곧 “경건의 훈련장으로 하나님과 주 예수 그리스도께 봉헌된 곳”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학문의 목표가 하나님이며 그 과정은 예배여야 한다는 그의 가르침은 그리스도인으로서 학업의 본질을 성찰하는데 중요한 방향을 제공하며 이는 AI라는 새롭고 강력한 도구를 사용하게 된 지금 시점에도 유익한 지침이 된다. 옥스퍼드 대학 고전학부는 학생들에게 무분별한 인공지능의 사용은 막대한 전력 에너지 소모와 데이터 센터 건설 증가로 이어져 환경 비용 가중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생태 윤리에 입각해서 학생에게 주는 지침이고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혹은 그 이상으로 기독교 신앙도 이러한 지침을 줄 수 있으며 그래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학문은 경건과 함께 해야한다는 푸치우스의 지침은 그리스도인 학생으로서 AI를 사용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그리스도인 학생답게 AI 사용하기: 성장과 경건을 돕는 도구

어떻게 그리스도인 학생답게 AI를 사용할 수 있을까? AI 사용법을 선점해야 앞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유용한 도구를 잘 익히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학생으로서 자신의 분야를 배우는 측면에 있어서는 일시적 결과물을 내는 효율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효율만 따진다면 내가 읽어야 하는 책이나 논문을 AI에게 맡기고 요약을 시킬 수도 있고 처음 접하는 분야의 주요 개념들을 설명하게 해서 입문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을 인공지능에게 맡겼기 때문에 글을 제한된 시간 안에 읽고, 핵심을 파악하고, 개념을 정리해나가는 능력을 기르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비판적 사고가 필요한 부분까지 AI에게 맡긴다면 더더욱 치명적일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수행하는 학업에서 학생의 성장을 돕기 위해 설계된 훈련 과정을 AI로 대체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발표 과제를 위한 프레젠테이션 제작에 디자인 측면에서 도움을 받는 등의 보조적 역할은 상황에 따라 가능하겠다. 그 수업이 프레젠테이션을 만드는 과정을 배우는 상황이라면 수업 지침에 따라 제한적인 사용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AI를 사용할 때는 학업에서 내가 성장이 필요한 부분과는 상관이 없는 영역에서 효율을 올려주는 용도로 사용하면 좋다. 단순 작업을 AI가 대체하도록 해보는 것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구글이나 네이버의 웹 검색 작업을 AI에게 대신 시켜서 원하는 자료를 빠르게 탐색해 보도록 할 수 있다. 물론 그 자료가 진짜 존재하는지 내가 원하는 내용이 실제로 있는지에 대한 검증은 사용하는 이가 책임을 지고 확인하고 살펴봐야 한다. 또 다른 예로 필자는 AI를 통한 바이브 코딩을 사용하여 전공 분야에 관련된 주요 학술지가 제공하는 논문 초록들을 정기적으로 모아서 동향 분석 리포트를 제공하게 했다. 물론 이건 대학원 정도 수준의 학생들에게 유용한 사용법일 수 있다. 지능형 에이전트를 활용해서 파일 분류나 엑셀 정리 같은 일들을 자동화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단순 작업을 줄이면 다른 학업 과정에 집중할 수 있고 그리스도인 학생으로서 경건 생활을 위한 시간 확보도 가능할 것이다. 경건 생활을 위한 비서로 AI를 사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클로드와 같은 AI에게 내 생활 패턴을 입력하고 분석하게 한 후, 습관 형성과 관련된 최신 연구들을 적용해서 개인 말씀 묵상과 기도 생활을 정착시킬 수 있는 계획을 짜도록 할 수도 있다.

책임과 윤리: 정직한 학문성과 투명한 출처 공개

성장을 방해하는 정도를 넘어 윤리적으로 잘못된 AI 사용이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그리스도인 학생은 경건을 추구하기 위해 이런 부분을 잘 숙지해야 한다. 먼저 정보 보안상 문제가 될 수 있다. 에든버러 대학은 AI 에이전트가 학생 개인을 통해서 학교 시스템에 접속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시킨다. 그리고 사용자 자신의 개인 정보가 들어간 자료를 AI에 넣는 것도 조심해야 하고 더 나아가 다른 이들의 자료를 함부로 인공지능에 제공해버리면 저작권에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더불어 학업에서 AI가 대신 서평을 쓰게 한다거나 기말 보고서를 만들어내도록 하는 행동도 비윤리적이다. 과제나 보고서는 학생 자신이 수행해야 하며 그 독창성은 학생에게서 나와야 한다. 아울러 AI를 사용했다면 그 사용한 부분에 대해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필자는 이 글을 쓸 때 필요한 자료들을 검색하는 작업과 검색 결과를 빠르게 탐색하기 위한 요약 및 번역 작업을 클로드 Opus 5에 맡겼다. 물론 그렇게 필요한 자료를 찾고 정리한 후 원문을 직접 읽었다. 학계에서는 점차 이렇게 AI 사용처를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명시한다면 어디까지가 AI의 도움을 받은 것이고 어디부터가 사용자 자신의 작업 결과물인지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

경건이라는 수레를 돕는 바퀴

이 외에도 AI의 사용법은 무궁무진하고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스도인 학생은 이러한 동향을 파악하면서도 동시에 경건을 위해 어떻게 이를 적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푸치우스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매일의 독서·기도·묵상·회개와 믿음의 갱신을 우리 학업의 수레로 삼아 하루하루를 복되게 시작하고 마치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거룩한 일에 관한 한 한 줄도 긋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하루도 없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경건은 학업이 제대로 나아가게 하는 수레이기에 경건이 망가지면 학업은 하나님을 향하지 못한다. AI를 학업을 위한 도구로 삼는다고 한다면 경건이라는 수레가 잘 굴러가도록 돕는 바퀴, 또는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푸치우스가 그랬듯이 질문으로 표현해 보자면 이럴 것이다. “당신이 사용하는 인공지능은 학문과 경건의 연합에 유익한?” (*)


※ 본 홈페이지에 사용된 일부 이미지는 생성형 AI 기술로 제작되었습니다. ※


주)

  1. “[AI돋보기] ‘AI로 시험보다가 정학’…혼돈에 빠진 전세계 대학,” 『연합뉴스』, 2025년 11월 15일, https://www.yna.co.kr/view/AKR20251113022000017 (2026년 8월 6일 접속).
  2. Faculty of Classics, University of Oxford, “Policy on Acceptable Use of AI by Undergraduate and Graduate Students” (November 2025), https://www.classics.ox.ac.uk/sites/default/files/classics/documents/media/policy_on_ai_for_classicists_-_faculty_of_classics_november_2025.pdf (accessed August 5, 2026).
  3. 서울대학교, 『서울대학교 AI 가이드라인』 (2026년 1월 1일),
    https://www.snu.ac.kr/about/downloads?md=v&bbsidx=166508 (2026년 8월 6일 접속).
  4. University of Edinburgh, “Using generative AI in your studies: guidelines for students” (March 2026),https://information-services.ed.ac.uk/computing/comms-and-collab/elm/generative-ai-guidance-for-students/using-generative (accessed August 17, 2026).
  5. Gisbertus Voetius, Ta askētika, sive Exercitia pietatis, in usum juventutis academicae nunc edita. Addita est, ob materiae affinitatem, Oratio de pietate cum scientia conjungenda, habita anno 1634 (Gorinchem: Paulus Vink, 1664).

이재국 교수는 대학에서 멀티미디어공학(B.Sc.)을 전공하였으며,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M. Div.)하였다. 이후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University of Edinburgh)에서 역사신학으로 신학석사(M.Th., Theology in History)를, 동 대학에서 17세기 스코틀랜드 개혁파 신학자 사무엘 러더포드의 교회론 연구로 신학박사(Ph. D.) 학위를 받았다. 에든버러 한인교회 담임목사와 한국연구재단 학술연구교수를 역임했으며, 지금은 백석대학교에서 역사신학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