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커피 프랜차이즈 더치브로스(Dutch Bros)가 글로벌 브랜드 스타벅스의 매장당 평균 매출을 따라잡으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빠르게 확장 중인 더치브로스는 특히 MZ세대, 그중에서도 10~20대 고객층을 중심으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더치브로스는 1992년 오리건주 그랜츠 패스에서 네덜란드계 형제가 설립했으며, 30여 년 만에 미국 전역에 982개 매장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로 성장했습니다. 2022년에는 전년 대비 매출이 30~50% 이상 증가했으며, 2024년에도 30%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물론 글로벌 거대 기업인 스타벅스와 비교하면 여전히 매장 수나 총매출에서 차이가 큽니다. 그러나 더치브로스가 각광받는 이유는 단순히 매장당 매출을 따라잡았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이 브랜드만의 독특한 전략과 차별화된 운영 방식이야말로 성공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디지털 시대에 태어난 MZ세대가 오히려 더치브로스의 ‘아날로그적 감성’과 ‘인격적인 기업 문화’에 열광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더치브로스는 어떻게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더치브로스의 마케팅 전략
오리건 주립대학의 웬하오 쑤(Wenhao Xu) 교수는 더치브로스의 마케팅 전략을 그들의 사명 선언문에서 찾습니다.
“한 번에 한 잔이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One cup at a time, to make a massive difference).”
미국인의 70%는 매주 커피를 마시고, 62%는 매일 커피를 소비하며, 하루 평균 3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합니다. 커피는 미국인의 일상에 깊이 뿌리내린 문화이지만, 더치브로스는 기존의 대량 생산과 판매 방식과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손님 한 사람과 한 잔의 커피에 정성을 다하는, 다소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방식을 고수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전략이 오히려 MZ세대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더치브로스가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있지만, 주로 세 가지 요인이 자주 언급됩니다.
1.친환경적인 경영과 음료 제작
2.지역 사회 발전을 위한 기부 활동
3.취약 계층을 돌보는 사회적 책임 실천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본질적인 이유로 ‘인격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응대 문화’를 꼽습니다.
손님을 향한 ‘진정성 있는 환대’가 충성도를 만든다
더치브로스는 고객을 향한 따뜻한 응대를 철저하게 실천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비밀 메뉴(Secret Menu)’입니다. 손님이 특별한 레시피로 음료를 주문하면 이를 기록해 두었다가, 재방문 시 고객의 이름이 적힌 컵과 함께 같은 음료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맞춤형 서비스 덕분에 고객 충성도가 다른 커피 브랜드보다 높다고 평가됩니다. 그러나 진정한 차별점은 단순한 시스템이 아니라, 이를 운영하는 직원들의 태도와 문화에 있습니다.
더치브로스의 직원들은 ‘브로이스타(Broista)’라 불리며, 항상 밝고 친근한 태도로 고객을 맞이합니다. 그들은 단순히 주문을 받고 음료를 건네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이름을 기억하고 짧은 대화를 나누며 따뜻한 교감을 형성합니다. 이러한 문화는 단순한 매장 경험을 넘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는 사례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2016년 오리건주의 한 매장에서 한 여성 고객이 남편을 잃고 슬픔에 잠긴 채 방문했을 때, 직원들이 그녀를 위해 함께 기도하며 위로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 모습이 지역 사회와 온라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더치브로스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디지털 시대, 인간은 더 따뜻한 관계를 원한다
팬데믹 이후, 디지털 문화는 더욱 확산되었고 ‘뉴노멀’이라는 개념까지 등장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 속에서 대면 접촉보다 디지털 경험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뉴욕대학교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 교수는 그의 저서 《불안한 세대(The Anxious Generation)》에서, 디지털 원주민으로 불리는 MZ세대가 오히려 ‘디지털 번아웃(Digital Burnout)’에 시달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스마트폰, 태블릿, PC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소셜 미디어ᄋ메신저 알림에 24시간 노출되는 생활이 정신적이며 신체적 피로감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더치브로스는 MZ세대에게 ‘인격적인 존중과 환대’를 제공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디지털 피로와 중독에 지친 이들에게, 따뜻한 미소와 진심 어린 대화는 단순한 ‘서비스’를 넘어 심리적 안정감과 만족감을 주는 경험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교회에 주는 시사점
이러한 변화가 교회에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코로나 팬데믹 동안, 많은 한국 교회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온라인 예배, 가상 교구, 비대면 주일학교 등의 시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히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기보다, 교회만이 제공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볼 시점입니다. 분명한 것은, 인간은 본질적으로 아날로그적인 존재이며, 인격적인 존중과 따뜻한 환대를 갈망하는 영적인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더치브로스가 단순한 커피 브랜드를 넘어 새로운 ‘환대의 공간’으로 자리 잡았듯이, 교회도 MZ세대를 비롯한 다양한 세대에 진정한 관계와 위로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합니다. 교회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는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듯(요한복음 13장),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진정한 사랑과 환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작아도 강한 교회를 만드는 비결이 아닐까요?

한기윤 선임 연구위원인 이춘성 박사는 20-30대 대부분을 한국 라브리(L’Abri) 간사와 국제 라브리 회원으로 공동체를 찾은 손님들을 대접하는 환대 사역과 기독교 세계관을 가르쳤다. 고신대에서 “포스트모던 환대 윤리 사상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기독교 환대에 대한 기독교 윤리학적 연구”로 기독교 윤리학 Ph.D. 를 하였다. 현재 분당우리교회 협동 목사, 한기윤 사무국장으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