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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세계 행복 보고서

지난 3월 20일, 유엔(UN)은 ‘세계 행복의 날’을 맞아 2025년판 세계 행복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돌봄과 나눔’의 가치에 주목했다. 서로에게 건네는 작은 호의가 개인의 행복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이중 축복(twice-blessed)’의 효과를 지닌다고 강조한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3년 동안 전 세계 147개국의 행복도를 조사해 발표했다. 그 결과 한국은 58위를 차지했다. 국내총생산(GDP) 수준에 비해 매우 낮은 순위다. 바로 앞선 57위는 필리핀이었다. 이에 이번 리뷰에서는 2025 세계 행복 보고서 리뷰를 통하여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밥 친구가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세계 행복 보고서는 ‘행복’의 반대말을 ‘절망’이라고 정의한다. 돌봄과 나눔이 약해질수록 절망은 깊어지고, 자살, 약물·알코올 남용 같은 이른바 ‘절망사(Deaths of Despair)’가 늘어날 위험도 커진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웃을 향한 손길은 부족하고, ‘나도 힘든데 남을 어떻게 돕느냐’는 냉소적 인식이 퍼질수록 사회 전반에 무력감이 짙게 드리운다.

보고서는 말한다. 우리의 행복은 제도 개혁이나 거창한 변화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따뜻한 밥 한 끼, 낯선 이에게 건네는 작은 환대, 그런 소박한 마음이 우리를 지탱하는 힘이라고. 한국 사회가 경제 성장에 걸맞은 행복을 이루려면, 경쟁 대신 협력을 북돋우고, 서로를 돌보는 문화를 일상 속에 심어야 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 더 다가가고, 작은 친절을 부끄럼 없이 건넬 때, ‘이중 축복’의 씨앗이 싹튼다. 그리고 이 작은 움직임들이 절망이라는 깊은 늪, 곧 자살과 저출산, 고령화로 이어지는 위기에서 우리를 지켜줄 버팀목이 될 것이다.

 

지난 7일 동안 “아는 사람과 함께” 먹은 평균 점심과 저녁 식사 횟수: 한국은 약 2.7회

 

 

절망사와 사망 원인

 

 

이처럼 행복이 흔들리는 사회 속에서 교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영국의 교회 개척가이자 선교학자인 팀 체스터 (Tim Chester)는 교회가 교회다워지려면 두 가지 중심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는‘복음 중심’, 다른 하나는 ‘공동체 중심’이다. 말씀을 선포하고 예배와 선교를 삶 속에서 기억하는 것, 그리고 신자들이 서로 삶을 나누고 이웃을 환대하는 것. 이 두 축이 바로 설 때 교회는 살아난다.

특히 그는 교회가 ‘식사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함께 먹고 마시는 식탁은 단순한 친교가 아니라, 삶과 신앙, 예배와 성찬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진정한 공동체의 자리다. 이 식탁은 새신자나 비신자도 거부감 없이 초대할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 된다.

기독교 윤리학자 스탠리 하우어워스(Stanley Hauerwas)도 교회를 “낯선 길을 떠나는 사람들의 모험 공동체”라 부른다.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이들이 친구가 되고, 같은 목적지를 향해 물과 음식을 나누며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듯, 교회 역시 본질적으로 낯선 이를 환대하는 곳이어야 한다.

2025년 세계 행복 보고서는 이렇게 일깨운다. 국민소득이 아무리 높아도, 낯선 이를 식탁에 초대할 수 없는 사회는 행복할 수 없다.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돌보지 못해 늘 버림받을까 걱정하는 사회를 누가 사랑할 수 있을까.

이런 사회에서 교회가 환대의 정체성을 지닌 공동체로 선다면, 그것은 등대처럼 빛나는 희망이 될 것이다. 교회가 행복하고, 그 안의 그리스도인들이 행복하다면, 그 사회는 여전히 행복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더 깊은 물음을 던져야 한다.

 

과연 인간은 서로 환대하고 돌본다고 해서 완전한 평안과 안식을 얻을 수 있을까.

초기 교회의 신학자 어거스틴은 《고백록》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당신은 우리를 당신을 향해서 살도록 창조하셨으므로 우리 마음이 당신 안에서 안식할 때까지는 평안하지 않습니다.”

 

결국 인간의 영혼은 사랑과 돌봄을 나누는 것으로 위로받을 수 있지만, 그 근본적인 갈망은 하나님께로 돌아갈 때에야 비로소 참된 안식과 평안에 닿는다. 낯선 이를 환대하는 교회, 서로 돌보는 공동체가 중요한 이유는, 그 모든 환대와 돌봄의 깊은 밑바닥에 ‘하나님을 향한 귀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행복을 말하고 있지만, 어쩌면 더 절실히 필요한 것은 하나님을 향한 귀향이다.

내가 돌아가 쉴 곳, 참된 평화를 품은 그 집을 다시 찾는 것이다.

 

우리는 행복한가.

그리고 우리는 평안한가.

 


참고문헌

Helliwell, John F., Richard Layard, Jeffrey D. Sachs, Jan-Emmanuel De Neve, Lara B. Aknin, and Shun Wang, eds. World Happiness Report 2025. University of Oxford: Wellbeing Research Centre, 2025.

Hauerwas, Stanley, and William H. Willimon. 『하나님의 나그네된 백성』 Resident Aliens: Life in the Christian Colony. 서울: 복있는 사람, 2008.

Chester, Tim, and Steve Timmis. 『교회다움』Total Church: A Radical Reshaping around Gospel and Community. 서울: IVP, 2012.

한기윤 선임 연구위원인 이춘성 박사는 대학에서 고분자 공학을 전공한 후에  C. S. 루이스와 함께 20세기 기독교 변증을 대표하는 프란시스 쉐퍼 박사가 세운 라브리 공동체(L’Abri Fellowship)에서 10년 넘게 사역자로 일하였다. 또한 한국과 영국 라브리와 국제 라브리 회원으로 공동체를 찾은 손님들을 대접하는 환대 사역과 기독교 변증과 세계관을 가르쳤다.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목회학석사(M. Div.)를 하였으며,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신칼빈주의 직업 윤리”로 신학 석사(Th. M.), 고신대 일반대학원에서 신원하 교수의 지도 아래 “포스트모던 환대 윤리 사상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기독교 환대에 대한 기독교 윤리학적 연구”로 박사(Ph.D.)를 하였다. 현재 분당우리교회 협동 목사,  한기윤 사무국장으로 섬기고 있다. 공저로는 “그리스도 중심 성경읽기 1, 2, 3권(ivp)”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