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핵심은 ‘리더의 중심’에 있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의 모든 시선은 새로 새워진 대통령과 새로 임명될 국가 지도자들에게 쏠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리더십의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지도자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경력이나 자질을 겸비하는 것도 중요하고 도덕성을 갖추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국민이 가장 눈여겨보는 것은 리더들의 중심이 개인적 영광을 추구하는가, 아니면 자신들을 세운 주권자인 국민의 영광에 헌신하는가일 것입니다. 주권자의 뜻에 순종하고 그 뜻을 이루기 위해 헌신하는 리더들의 중심입니다.
하나님 나라 지도력, 성경적 리더십의 핵심도 리더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무엘상 16장 7절에 나오는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라는 구절은 교회 다니는 분들에게는 매우 유명한 구절입니다. 이 구절은 하나님이 세우시는 지도자는 외적인 자질과 능력을 갖춰야 하지만 올바른 중심(마음)이 없으면 하나님 나라 리더로서의 사역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하나님 나라의 지도자로 세우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중심’은 무엇입니까? 외모가 자질과 능력을 의미한다면 원어로 ‘마음’이라고 표현된 ‘중심’은 내적인 성향이나 자세를 의미합니다. 사울이 하나님께 불순종해서 하나님의 책망을 받은 내용을 기록한 바로 앞의 장 사무엘상 15장과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이 ‘중심’은 왕을 세우신 주권자 하나님께 순종하는 자세를 의미합니다. 오늘 본문에서 강조하는 ‘중심’은 앞 장들에 나오는 사울의 ‘중심’과는 대조적인 태도를 가리킵니다. 그 중심은 어떻게 표현되어야 할까요? 하나님 나라 리더가 보여야 할 중심의 세 측면을 살펴보겠습니다.
리더의 제1조건: “나는 대리 통치자일 뿐이다”
첫째로, 하나님 나라 리더의 중심은 항상 하나님은 왕으로, 자신은 대리 통치자로 인식합니다.
사무엘상 16장 1-13절은 하나님께서 사무엘을 통해 다윗을 새로운 왕으로 기름 부어 세우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본문에서는 하나님 나라의 리더는 하나님께서 ‘보시고’ ‘기름 부어’ 세우시는 사람임을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1절 “내가 그의 아들 중에서 한 왕을 보았느니라” 하나님께서 이새의 아들 중에서 한 왕을 점찍으셨다, 택하셨다는 말입니다. 또 3절 “내가 네게 알게 하는 자에게 나를 위하여 기름을 부을지니라” 12절 “이가 그니 일어나 기름을 부으라” 등의 표현들은 하나님 나라 리더인 왕을 세우시는 하늘 왕의 주권을 강조합니다.
동시에 왕은 이스라엘의 참된 왕이신 여호와 하나님이 세우시는 대리 통치자임을 강조합니다. 2절과 5절에서 보듯이 다윗을 왕으로 세우기 전에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와 성결 의식은 왕이 철저하게 주권자이신 하나님께 성결하게 드려져야 함을 암시합니다.
대리 통치자라는 말은 하늘 왕의 뜻을 땅에서 실현하는 종이자 신하라는 의미입니다. 동시에 대리 통치자는 아버지 하나님과 대화하며 자발적으로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일에 헌신하는 하나님의 ‘아들’(자녀)을 의미합니다(삼하 7:14). 하나님은 하나님 나라 이스라엘의 국정을 의논하는 존귀한 파트너로 다윗을 선택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대리 통치자는 하늘 왕의 뜻에 순종해야 하는 의무도 지지만 하늘 왕과 소통하면서 하늘 왕의 능력과 지혜로 땅의 나라를 통치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합니다.
사무엘상 13-15장에 나오는 사울 왕의 행동들은 이런 대리 통치자의 의무와 영광을 저버린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늘 왕의 대리 통치자인 사울 왕은 ‘대리’ 자를 떼려고 합니다. 자기 위에 참된 왕이신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부인하려고 했습니다. 제사와 금식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이루려 하기보다는 전쟁의 승리만을 추구했습니다. 백성이 환호하는 왕의 영광을 누리려고 했습니다. 선지자 사무엘은 그런 사울에게 인간 왕에게 하나님께서 가장 바라시는 것은 어떤 외적인 예배 의식이 아니라 주권자 하나님에 대한 순종이라고 합니다. 사울의 불순종은 왕의 영광을 우상으로 섬긴 나머지 참된 왕이신 하나님의 말씀을 버린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비해 다윗은 항상 자신이 대리 통치자임을 인식합니다. 사무엘하 5장에서는 예루살렘을 정복하자마자 하늘 왕의 보좌를 상징하는 법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겨옵니다. 법궤 앞에서 기쁨과 감사의 표현으로 왕복을 벗고 춤을 추기도 합니다. 이것이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온 땅의 진짜 왕이심을 선포하는 중심입니다.
다윗의 후손 예수 그리스도도 참된 대리 통치자의 중심을 보여줍니다. 공생애의 모든 순간을 대리 통치자로서 아버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합니다. 광야에서 사탄의 시험을 받을 때 ‘하나님의 아들,’ 즉 대리 통치자로서(삼하 7:14; 시 2:7) 오직 하늘 왕의 영광과 뜻만을 추구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상황에서 사람들은 예수님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자기를 구원하고 십자가에서 내려오라”며 조롱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하나님 아들’로서, 즉 ‘대리 통치자’로서 하늘 왕의 뜻에 순종하기 위해서 십자가에서 내려오시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는 모든 성도는 영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하늘 보좌 우편에 앉아 이 세상을 다스리는 대리 통치자들입니다(엡 2:6). 그런 우리에게 필요한 건 모든 일에 하나님을 왕으로 모시고 우리를 대리 통치자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로서 하나님과 함께 하나님 나라의 국정을 의논하며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자발적으로 헌신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 나라 리더의 중심입니다.
주기도문에서 기도하듯이 우리의 대리 통치를 통해 하늘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고, 하늘 아버지의 나라가 임하고, 하늘 아버지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는 것이 우리 대리 통치자들의 가장 큰 소망이 되어야 합니다.
교회 직분자들의 리더십에 가장 중요한 것도 바로 내가 진짜 왕이 아니라는 인식과 진짜 왕이신 하늘 왕에 대한 자발적 순종입니다. 자신의 영광을 내려놓고 오직 하나님의 뜻이 교회와 세상 가운데 나타나기를 갈망해야 합니다. 리더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의 뜻을 잘 나타낼수록 교회는 참된 하나님 나라 공동체가 되어갈 수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대리 통치자인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교회의 직분자 여러분, 모두 자신이 아닌 하나님만이 교회와 세상의 참된 머리라는 사실을 한순간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주권자 하나님의 뜻에 늘 순종하는 중심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그러면서도 영광스러운 하나님 나라 공동체를 위해, 하나님 나라의 국정을 위해 하늘 왕과 소통하며 하나님과 동역하는 영광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또한 우리의 국가 지도자들이 참 주권자이신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그들을 세운 국민의 참된 행복과 영광을 위해 헌신하도록 기도하시길 바랍니다.
리더의 제2조건: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고 부르심에 집중하기”
둘째로, 하나님 나라 리더의 중심은 타이틀보다 소명을 추구합니다.
이것은 리더의 첫 번째 중심에 필연적으로 따라 오는 태도입니다. 우리 본문에는 ‘버리다’ ‘택하지 아니하셨다’라는 표현이 여러 번 등장합니다. 1절에서는 하나님께서 사울을 버리셨고 7절에서는 이새의 큰아들 엘리압을 버리시며 8, 9, 10절에서는 나머지 다윗의 형들을 택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왕의 직분에 걸맞은 외모와 능력을 갖춘 사울과 엘리압 같은 사람들을 하나님이 버리신 이유는 이들이 소명보다 타이틀을 더 소중히 여겼기 때문입니다. 사울은 왕이라는 자신의 타이틀을 소중히 여긴 나머지 참된 통치자이신 하나님이 자신을 왜 왕으로 부르셨는지를 잊어버립니다. 블레셋과의 전장에서 사울과 엘리압은 백성을 지키는 왕으로서의 소명에 헌신하지 못합니다. 두려워서 골리앗에게 나아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엘리압의 막냇동생 다윗은 주권자 하나님이 자신을 왕으로 부르신 소명에 헌신하여 이스라엘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고 골리앗과 싸우러 나갑니다. 다윗이 전쟁터에서 사울 왕에게 하는 말 가운데서 우리는 다윗이 양 떼를 지킬 때 목자로서의 일을 하나님의 소명처럼 신실하게 수행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윗은 양 떼를 사자나 곰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면서 목숨을 걸고 싸웠다고 합니다(17:34-37). 모든 일을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왕업’(kingwork)으로 알고 수행하고 있었던 다윗의 소명 의식을 보여줍니다. 목자의 소명은 양을 보호하고 인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윗이 왕으로 기름 부음을 받은 것은 하나님의 양 떼인 이스라엘을 지키고 인도하는 것입니다. 왕으로 세워진 이상 오직 이 소명에 헌신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하나님 나라 왕의 소명을 수행하기 위해 골리앗과 싸웠을 뿐만 아니라 사울에게 쫓겨 다니는 중에도 백성들을 지키고 돌보는 소명을 수행합니다. 사무엘상 22장 1-2절에 보면 사울을 피해 도망하는 여정의 첫 시간부터 아둘람 굴로 나아온 환난당한 백성들, 빚진 백성들, 마음이 원통한 백성들을 돌보는 통치자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합니다. 또 사무엘상 23장에서는 사울에 쫓겨 도망을 가는 중에도 블레셋에게 침략받은 그일라 성 사람들을 구해줍니다. 이 역시 사울에게 자신의 위치가 발각되는 위험을 무릅쓰고 왕의 소명에 헌신하고 있는 다윗의 중심을 보여줍니다. 사무엘상 24장과 26장에서는 사울을 죽일 수 있었지만 그 시간과 때를 의로우신 하나님께 맡기고 사울을 살려줍니다. 이 일은 다윗이 왕이라는 자리보다 왕의 소명에 얼마나 헌신한 리더인가를 보여줍니다.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이라는 유진 피터슨의 책에는 타이틀보다 소명에 헌신하는 리더인 다윗의 마음을 이렇게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나는 왕이 되겠다고 손가락 하나도 올리지 않았지. 왕국을 보존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야. 더욱이 하나님의 왕국을 말이야! 하나님이 날 이곳에 두셨지. 권력을 취한다든가 지키는 것은 내 책임이 아니야. 나는 그분의 능력이 아니라 그분의 뜻을 구하네. 다시 말하지. 나는 지도자의 위치를 갈망하는 것보다 그분의 뜻을 더욱 갈망하네.”
이처럼 참된 하나님 나라 리더는 하나님께서 직분자로 세울 때 부여하신 뜻이 자신의 섬김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을 갈망하는 사람입니다.
본문 2절에서 사무엘은 사울을 두려워합니다. 이유는 사무엘이 다른 왕을 세우러 가는 것을 알면 사울이 그를 죽이려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사울이 소명이 아니라 왕의 타이틀에 집착하는 사람임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소명에 헌신한 다윗은 15년 이상 광야에서 고난을 받으면서도 언제 왕이 되느냐에 연연해하지 않습니다.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기 때문에 사울처럼 동역자들을 경쟁자로 생각하여 제거하려 하지도 않습니다.
반대로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는 리더의 중심은 다윗을 자기 생명 같이 사랑한 요나단처럼 하나님 나라에 헌신한 자들을 사랑합니다. 요나단은 골리앗을 물리치고 돌아오는 다윗에게 자신의 모든 군복과 무기를 주면서 왕권을 다윗에게 넘기고 있습니다. 이것이 타이틀보다 소명과 책임에 헌신한 리더의 용기입니다.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에게 기꺼이 자신의 특권과 자리를 내어줍니다(삼상 18:3-4). 이번 달 한기윤 이슈 리포트에서 인용한 것처럼 “진정한 리더는 ‘나’가 아니라 ‘사명’을 말하고, ‘권력’이 아니라 ‘책임’을 생각합니다.”
다윗의 후손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타이틀보다 소명에 완벽하게 헌신하셨습니다. 당시의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 제사장들과 같은 종교 지도자들이 타이틀을 내세워 하나님의 사업이 아닌 자신들의 사업을 하고 있을 때 주님은 반대의 길을 걸으십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그리스도’, 즉 왕으로 고백했을 때도 하나님의 소명을 이루시는 일에 방해되지 않도록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하셨습니다(마 16:16-20). 왕으로서의 타이틀이나 영광을 지키기보다는 그 직분에 걸맞게 자기 백성을 섬기기 위해 목숨을 기꺼이 버리셨습니다.
왕이신 예수님의 중심은 다음과 같은 소명 의식에 충실했습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 10:45) 다윗이 왕이었지만 백성들을 살리는 섬김을 수행했던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자기 백성들을 살리기 위해 종처럼 당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어주셨습니다. 이런 섬김의 형식으로 통치를 수행하는 것이 하나님 나라 리더의 소명이고 중심입니다.
현재 교회를 섬기는 직분자들이나 세상을 하나님 나라 리더로서 섬기는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하나님의 소명을 받은 자들입니다. 직분은 하나님 나라의 ‘왕’ 혹은 ‘대리 통치자’이고 그 소명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교회와 가정과 사회를 섬기는 것입니다. 왕이라는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그 권위로 교회와 가정과 사회를 하나님 나라 원리로 살리는 일을 위해 헌신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타이틀보다는 소명에 헌신하는 리더의 중심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대리 통치자인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교회의 직분자 여러분, 자리나 타이틀보다 하나님의 소명에 헌신하시는 리더가 되시길 바랍니다. 내 자리에 집착하여 동료와 동역자들을 시기하거나 제거하려 하기보다는 하나님의 뜻을 더 잘 이루기 위한 길이라면 내 자리까지 내어놓고 최대한 동역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이 주신 자리와 권위로 사람들을 섬기고 사랑하는 일에 헌신하는 하나님 나라의 리더가 되시길 바랍니다. 동시에 국가의 지도자들이 주권자인 국민이 임명한 그 자리와 영광보다 그 자리에 주어진 소명에 헌신하고, 다른 지도자들과 잘 협력하여 일할 수 있도록 기도하시길 바랍니다.
리더의 제3조건: “오직 성령의 능력으로”
셋째로, 하나님 나라 리더의 중심은 자신의 재능보다 하나님이 주신 성령의 능력으로 사역합니다.
3절과 12-13절은 왕으로 기름 붓는 의식을 언급합니다. 소년 다윗은 사무엘의 기름 부음을 통해서 왕으로 세워집니다. 이 기름 부음은 하나님의 권위를 덧입는 것이며 하나님의 영으로 왕직을 수행하기 위한 능력과 지혜를 덧입는 것을 의미합니다(월트키, ⌜구약신학⌟, 1047). 실제로 13절에서는 다윗이 기름 부음을 받은 직후에 ‘여호와의 영’이신 성령께서 다윗에게 강력하게 임하시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리더라고 해서 자질이나 능력과 상관없이 세워지진 않습니다. 사울은 전쟁을 잘하는 사람이었고 다윗 또한 그렇습니다. 그런 점에서 7절에서 말하는 지도자의 능력을 의미하는 ‘외모’는 하나님 나라 리더에게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하나님 나라의 사역은 인간의 능력만으로는 절대로 이룰 수 없습니다. 이 나라는 인간의 나라가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당신이 세우신 하나님 나라 리더에게 하나님 나라 사역에 필요한 모든 능력과 지혜를 성령을 통해 기꺼이 그리고 풍성하게 공급하십니다.
11절에서 ‘막내’로 번역된 단어는 ‘작은 자’라는 의미입니다. 또 12절에는 다윗의 모습이 “빛이 붉고 눈이 빼어나고 얼굴이 아름답더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다윗의 신실한 중심을 암시하면서도 다윗이 어리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실제로 17장 42절에는 골리앗이 본 다윗의 모습도 비슷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골리앗은 이런 어린아이를 보낸 이스라엘 군대에 모욕감을 느낍니다. 이처럼 작고 어린아이인 다윗의 인간적인 재능만으로는 엄청난 하나님 나라의 왕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습니다. 오직 성령의 능력과 지혜로 감당할 수 있습니다. 다윗이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나아오는 골리앗에게 “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나아가노라”라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하나님 나라의 리더에게 기름을 부으시고 성령을 보내시는 것은 그 사역을 하나님 나라에 합당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이사야 11장 2절에서 예언하는 이상적인 왕에게 임할 하나님의 영은 “지혜와 총명의 영이요 모략과 재능의 영이요 지식과 여호와를 경외하는 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4-5절에서는 여호와의 영이 임한 왕은 공의와 정직과 성실이라는 율법의 정신으로 다스린다고 합니다. 이것은 왕이 하나님 나라의 참된 왕이신 여호와, 자신을 대리 통치자로 세운 하늘 왕의 능력을 받아 하나님의 뜻대로 다스림을 의미합니다.
다윗은 매사에 우림과 둠밈 등을 통해서 하나님께 물어서 행동하며 솔로몬도 하나님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자신을 어린아이라 인식하며 하나님의 지혜를 구합니다(왕상 3장). 그런 점에서 성령의 능력과 지혜로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하늘 왕을 의지하는 기도로 힘을 얻어 오직 그분의 말씀대로 다스린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무엘서에서 실패한 왕으로 등장하는 사울이나 압살롬은 재능은 많았지만 결국은 자신들의 재능이나 인간적 지혜를 믿고 왕직을 수행하려 하다가 망한 경우들입니다.
다윗의 후손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도 오직 성령의 능력과 지혜로 왕직을 수행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세례식 때 성령님이 예수께 임하신 것은 왕으로 기름 붓는 구약 모형의 성취라고 볼 수 있습니다(3:22). 이후부터 공적인 사역 내내 그리스도는 성령의 충만함을 입어 사역하셨습니다(4:1). 이것을 사도행전 10장 38절에서는 “하나님이 나사렛 예수에게 성령과 능력을 기름 붓듯 하셨으매 그가 두루 다니시며 선한 일을 행하시고 마귀에게 눌린 모든 사람을 고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함께 하셨음이라”라고 표현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왕적 통치를 위임받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도 인간의 능력과 재능만을 의지하기보다는 성령으로 충만하여 사역합니다(엡 5:18). 하나님만을 의지하여 기도할 뿐만 아니라 성령께서 주시는 은사를 따라 교회를 섬깁니다(고전 12:1-11). 그렇게 할 때 리더의 섬김은 말씀의 방향대로 교회와 가정과 세상을 살리게 됩니다. 하나님 나라를 힘있게 확장하게 됩니다.
하나님 나라의 대리 통치자인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교회의 직분자 여러분, 인간적인 지혜와 능력을 의지하기보다 성령의 지혜와 능력을 구하시길 바랍니다. 성령으로 충만하여 여러분의 자질과 외모를 오직 하나님 나라를 위해 귀하게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늘 성령으로 충만하여 가정과 교회와 사회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리더의 중심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동시에 국가의 지도자들이 그들의 자질과 능력을 법에 주어진 방향을 따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항상 기도하시길 바랍니다.
나가며…
하나님 나라의 리더인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직 하나님을 참된 왕으로 모시고 자발적으로 순종하며, 타이틀보다는 하나님의 소명에 헌신하고, 성령의 능력과 지혜로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하나님 나라 리더의 중심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리더십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열매가 여러분의 삶 곳곳에 맺히길 축복합니다.

김성수 교수는 고려신학대학원 구약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주로 구약의 역사서와 시가서를 가르치고 있다. 여러 해 동안 사무엘서를 가르치면서 이스라엘 왕들이 보여주는 성경적 리더십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것을 교회의 직분자들에게 적용하려고 애쓰고 있다. 저서로는 “구약의 키”(생명의 양식)와 시편 주석인 “시편 I: 1-41편”(총회 출판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