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빠르고 강한 언어의 시대
요즘의 온라인 문화를 보면, 우리의 언어가 점점 더 짧고 빠르고 강해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숏폼 영상의 짧은 자막, 소셜 미디어에 쉴 새 없이 등장하는 강한 표현, 포털 첫 화면을 채우는 자극적인 기사 제목들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좋아요’와 실시간 댓글로 대표되는 반응 중심의 플랫폼 환경 속에서 콘텐츠 생산자들은 더 자극적인 표현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으려 한다. 이용자들 역시 이러한 환경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생각을 충분히 가다듬기보다 먼저 반응하고 차분히 설명하기보다 더 강한 표현을 택하곤 한다.1)
이러한 흐름은 우리가 접하는 표현들 속에서도 확인된다. ‘미쳤다’는 이제 놀라움과 감탄, 강한 만족을 압축해 전하는 말이 되었다. 본래 부정적 의미를 지닌 이 단어가 이제는 가장 강한 감탄과 칭찬의 말로 자리 잡은 것이다.2) ‘역대급’은 더 이상 특별한 사건이나 성과에만 붙는 말이 아니다. 사소한 경험과 감상까지도 크게 부풀려 말하는 상투어가 되어 가고 있다. ‘갓생’은 조금 다른 결의 사례다. ‘갓(God)’과 ‘생(生)’의 합성어인 이 말은 2020년 이후 빠르게 확산되었고 이제는 부지런하고 생산적인 삶을 가리키는 일상어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 표현은 계획적이고 성실한 일상, 혹은 작은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실천하는 삶에 다소 과장된 이름을 붙인다는 점에서 일상을 더 강한 언어로 포장하는 오늘의 경향과 닿아 있다.
이러한 강한 표현의 유행 외에도 우리는 디지털 환경 전반에서 언어가 더 짧고 단순한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4년 PNAS(미국국립과학원 회보)에 발표된 연구는 8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약 3억 건 영어 댓글을 34년에 걸쳐 분석한 결과, 플랫폼을 막론하고 텍스트 길이는 짧아지고 어휘의 다양성은 줄어드는 일관된 경향을 확인했다.3)
언어는 마음과 생각을 담는 그릇
이러한 변화는 단지 말투의 변화만을 뜻하지 않는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 자체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본래 언어는 단순한 전달 수단에 머물지 않는다. 언어는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우리가 어떤 언어를 선택하는가는 단지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마음과 생각이 어떤 모습으로 정리되고 드러나는가를 보여 준다. 차분하고 정직한 언어는 생각을 가다듬게 하지만, 자극적이고 즉각적인 언어는 생각까지도 그에 맞는 방향으로 밀어가곤 한다. 어떤 언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세상을 받아들이고 타인에게 반응하는 방식도 함께 빚어지게 된다.
그런 점에서 시편 기자의 기도는 오늘의 디지털 문화 속에서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는 “내 입의 말과 마음의 묵상이 주님 앞에 열납되기를 원하나이다”라고 고백한다.4) 이 말씀은 아직 마음속에 머물고 있는 묵상뿐만 아니라 입 밖으로 나온 말 역시 하나님 앞에 놓여 있음을 보여 준다. 개역개정의 “열납”은 영어성경 ESV에서 “acceptable in your sight”라고 번역되는데, 이는 우리 내면의 묵상과 말이 모두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하기를 바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5) 그렇다면 언어의 문제는 단지 사회적 예절의 문제가 아니다. 내면에 품은 생각이 어떤 언어의 형식으로 밖으로 드러나는가 역시 하나님의 시선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언어의 그릇을 선택할 것인가
이 지점에서 크리스천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때때로 신앙의 구별됨을 외적인 규범이나 금지의 목록으로 이해하곤 한다. 그러나 어쩌면 더 깊은 질문은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나는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넘어 ‘내 마음과 생각을 어떤 언어의 그릇에 담아 타인에게 전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자극적인 반응이 너무도 자연스러워진 시대일수록 크리스천은 자신의 언어를 조금 더 의식적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 빨리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 반드시 제대로 반응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더 강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 반드시 진실하게 말하고 있다는 뜻도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더 강한 말보다 더 진실한 말을 고르며,내 언어가 사람을 세우는지 아니면 마음을 흔들고 관계를 거칠게 만드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점잖은 말’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내 마음과 생각을 어떤 언어의 그릇에 담아 내보내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일이다. 그리고 그 언어가 하나님 앞에서도 합당한 것인지를 조용히 점검해 보는 일이다. 언어는 단지 내면의 부산물이 아니라, 내면을 드러내고 또 빚어가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같은 생각도 어떤 언어에 담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밖에 나타날 수 있다. 그러하기에 언어를 분별하는 일은 사소한 말버릇의 문제가 아니라 신앙의 성숙과도 연결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거룩과 성숙으로 이어지는 언어
우리가 어떤 언어를 선택하며 살아가는가는 단지 외적 규범의 문제가 아니라 거룩과 성숙의 문제다. 우리가 반복하는 언어는 우리가 누구에게 속했는지, 또 어떤 사람으로 빚어져 가고 있는지를 조금씩 드러낸다. 짧고 빠르고 강한 말이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크리스천은 더 의식적으로 자신의 언어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 말과 글이 단지 반응의 도구가 아니라 진실과 사랑, 그리고 복음의 가치를 담는 그릇이 되기를 구하는 것,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작지만 중요한 경건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
주)
- 최근 플랫폼 환경은 숏폼, 실시간 반응, 강한 제목과 자막 중심으로 주목경쟁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이 이용자의 표현 습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옥스퍼드대학출판부는 ‘rage bait’(분노 유도형 콘텐츠/표현)를 2025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면서,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이 분노와 자극을 유도하는 표현을 더 쉽게 확산시키고 보상하는 환경을 설명했다. Casper Grathwohl, “And the Oxford Word of the Year 2025 is…,” Oxford University Press, accessed April 14, 2026, https://corp.oup.com/word-of-the-year/.
- 2026년 보도에 따르면, 국립국어원 조사에서 원래 정신 이상 상태를 뜻하던 “미치다”를 “아주 대단하고 훌륭하다”는 강한 긍정의 뜻으로 사용한다는 응답이 67%로 나타났다. 국립국어원은 이를 개인의 강한 만족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역설적 표현 전략으로 설명했다. ““그 드라마, 미쳤던데?”…국민 70% 단어 다른 뜻으로 쓴다”, 뉴시스, 2026년 2월 5일,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205_0003503360.
- Di Marco et al., “Patterns of Linguistic Simplification on Social Media Platforms over Time,” PNAS 121, no. 50 (2024): e2412105121,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1648899/
- 시편 19:14, 개역개정.
- Psalm 19:14, ESV: “Let the words of my mouth and the meditation of my heart be acceptable in your sight, O Lord, my rock and my redeemer.”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의 연구위원인 장영하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기계공학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삼성SDS에서 기술전략 및 혁신전략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영국 University of Sussex의 과학기술정책연구소(Science Policy Research Unit; SPRU)에서 기술혁신경영으로 석사와 Ph.D.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같은 대학에서 기술혁신경영 교수로 재직 중이며, 기술경영 및 과학기술정책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다.



